11월이 되면 미국 친구들이 가족들과 모여 칠면조를 먹고, 집집마다 따뜻한 불빛이 켜지는 모습을 종종 떠올리게 됩니다. 모두들 평소보다 빨리 일을 마치고 서둘러 집에 가고, 거리가 한산해지는 날이 있습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이라는 명절 때문인데, 이때는 미국 주식시장도 평소와 전혀 다른 리듬으로 움직입니다. 주식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이날 미국 증시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게 되면 뉴스에 나오는 일정이나 시차 계산이 훨씬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추수감사절은 매년 날짜가 같은 명절이 아니라, 11월 넷째 주 목요일로 정해져 있습니다. 2023년에는 11월 23일이었지만, 2024년에는 11월 28일처럼 매년 조금씩 달라집니다. 따라서 정확한 날짜와 휴장 일정을 확인할 때는 그 해의 달력을 반드시 함께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미국 추수감사절과 증시 운영 방식

미국 추수감사절(Thanksgiving Day)은 미국인들에게 크리스마스 못지않게 중요한 명절입니다. 가족들이 멀리서도 비행기를 타고 모이는 날이라, 금융시장도 대부분 속도를 늦추거나 문을 닫습니다. 뉴욕 증시를 비롯한 주요 거래소도 예외가 아닙니다.

미국 주식이 거래되는 대표적인 시장은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NASDAQ)입니다. 이 두 시장은 보통 미국 동부시간 기준으로 평일 오전 9시 30분에 개장해서 오후 4시에 폐장합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보통 밤 11시 30분에 시작해서 다음 날 새벽 6시에 끝나는 셈입니다. 그런데 추수감사절 연휴가 되면 이 시간이 크게 달라집니다.

추수감사절 당일: 완전 휴장

추수감사절 당일, 즉 11월 넷째 주 목요일에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이 모두 전일 휴장합니다. 미국 현지 시간으로 하루 종일 시장이 열리지 않습니다. 이 말은 곧 한국 시간으로 보면, 목요일 밤부터 금요일 아침까지 미국 주식 거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2023년을 기준으로 보면, 11월 23일 목요일이 추수감사절이었고, 이 날은 뉴욕증시가 아예 열리지 않았습니다. 한국 입장에서는 11월 24일 금요일 새벽 시간대에 평소처럼 차트를 보려고 들어가도, 그 구간에는 새로운 가격 움직임이 생기지 않는 구조였습니다.

다음 날 금요일: 단축 거래(블랙 프라이데이)

추수감사절 다음 날 금요일은 미국에서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라고 부르는 날입니다. 대형 할인행사가 시작되는 날로 유명하지만, 증시 입장에서는 ‘단축 거래’가 이루어지는 날입니다. 단축 거래란, 장을 여는 시간은 그대로 두되, 문을 평소보다 일찍 닫는 방식을 말합니다.

뉴욕증시와 나스닥은 블랙 프라이데이에 보통 다음과 같이 운영합니다.

  • 개장 시간: 오전 9시 30분 (미국 동부시간, 평소와 동일)
  • 폐장 시간: 오후 1시 (미국 동부시간)

평소 폐장 시간인 오후 4시보다 3시간 일찍 장을 마감하는 셈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환산하면, 보통보다 3시간 빠른 새벽에 거래가 종료됩니다. 2023년 기준으로 보면, 블랙 프라이데이인 11월 24일 금요일에는 미국 동부시간 오후 1시에 장이 닫혔고, 한국 시간으로는 11월 25일 토요일 새벽 3시에 시장이 마감되었습니다. 평소라면 새벽 6시까지 움직임이 이어졌을 시간대가 비어 있게 됩니다.

이처럼 추수감사절 당일과 그 다음 날의 운영 방식은 매해 비슷한 패턴을 따르지만, 정확한 날짜가 달라지기 때문에 매년 일정표를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추수감사절 연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

달력에 표시된 휴장과 단축 거래 일정만 알고 넘어가면 뭔가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시장 내부의 분위기와 거래 흐름 자체가 평소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투자자들이 실제로 느끼게 되는 특징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거래량 감소와 변동성 확대 가능성

추수감사절 연휴에는 많은 트레이더와 기관 투자자들이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자리를 비웁니다. 그래서:

  • 시장에 나와 있는 주문 수가 평소보다 눈에 띄게 줄어들고,
  • 체결되는 거래 수량도 함께 감소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조용해 보일 수 있지만, 이런 환경에서는 주가가 오히려 더 크게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주문이 적으니까, 상대적으로 작은 금액의 매수나 매도 주문으로도 가격이 위아래로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잘 움직이지 않던 종목이 갑자기 몇 퍼센트씩 튀어 오르거나 빠져버리는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2.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체결 어려움

유동성이라는 말은, 시장에 사고파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나와 있느냐를 뜻하는 말입니다. 유동성이 풍부하면, 매수와 매도 주문이 많아서 사고 싶은 가격 근처에서 거래가 잘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추수감사절 연휴처럼 시장 참여자가 줄어드는 시기에는 유동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는 다음과 같은 상황을 겪기 쉽습니다.

  • 원하는 가격에 매수나 매도가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 조금 서두르려고 시장가 주문을 넣으면, 생각보다 훨씬 불리한 가격에 체결될 수 있습니다.

특히 거래량이 원래부터 많지 않은 종목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질 수 있습니다. 큰 금액으로 거래하려는 경우에는 한 번의 주문으로 끝내지 못하고 여러 번에 나누어 거래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3. 포지션 관리와 리스크 대비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를 흔히 ‘포지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추수감사절 연휴처럼 휴장과 단축 거래가 이어지는 기간에는 포지션 관리가 평소보다 더 중요해집니다. 장이 열려 있는 시간이 짧고, 아예 열리지 않는 날도 있으니, 갑작스러운 소식이 나와도 바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투자자들은 연휴 전에 다음과 같은 선택을 고민합니다.

  • 연휴 동안 마음이 불편할 것 같은 포지션은 미리 줄이거나 정리할지,
  • 손절 가격이나 목표 가격을 미리 주문으로 걸어둘지,
  • 혹시 모를 급변 상황에 대비해 현금을 어느 정도 남겨둘지 등입니다.

특히 레버리지 상품이나 변동성이 큰 종목을 보유하고 있다면, 연휴 기간에는 생각보다 큰 움직임이 나올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4. 경제 지표 발표 일정과의 관계

미국에서는 중요한 경제 지표 발표 일정을 잡을 때, 추수감사절처럼 큰 명절과 겹치는 날짜는 대체로 피하는 편입니다. 그래야 지표 발표 직후 시장 내에서 충분한 반응과 해석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모든 일정이 완벽하게 조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추수감사절 연휴 전후로 의미 있는 지표들이 몰려 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용 관련 지표나 소비 지출, 물가와 관련된 수치들은 연말 쇼핑 시즌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시장에 꽤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곤 합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연휴 전후 일정표를 한번 훑어보면서, 어떤 날 어떤 발표가 있는지 미리 체크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5. 한국 증시에 나타날 수 있는 영향

한국에서 바라보면, 미국의 추수감사절 일정은 단순히 “미국 장이 쉬는 날”을 넘어서, 국내 시장 분위기에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한국 증시는 미국 증시의 전날 흐름에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에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패턴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 목요일 밤에 미국 장이 아예 열리지 않으므로, 금요일 한국 증시는 미국에서 새로운 힌트를 거의 받지 못한 채 시작하게 됩니다.
  • 블랙 프라이데이에는 미국 장이 열리긴 하지만, 단축 거래라 거래량이 줄고 방향성이 뚜렷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이런 흐름은 다음 주 초 한국 증시에까지 이어져, 투자 심리가 잠시 관망 모드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미국 주식을 직접 하지 않더라도, 미국 추수감사절 전후의 일정과 분위기를 알아두는 것은 한국 주식이나 환율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도 꽤 도움이 됩니다.

추수감사절 연휴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

추수감사절 연휴를 무조건 “조심해야 할 기간”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명절 특유의 느슨한 분위기를 이용해, 평소보다 천천히 시장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급하게 매매하기보다는, 그동안 관심 있었던 기업의 실적이나 사업 내용을 차분히 읽어보는 시간으로 쓰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또한 블랙 프라이데이는 소비와 관련된 기업들에 주목이 쏠리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실제 매출 수치나 온라인 쇼핑 트래픽, 오프라인 매장 방문객 수 등을 통해 소비 경향을 가늠해보려는 시도가 이어집니다. 이런 관점에서 뉴스를 살펴보면, 단순한 할인 행사 소식이 아니라, 이후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비 트렌드의 단서로 보이기도 합니다.

결국 추수감사절 연휴는 미국인들에게는 가족과 함께하는 소중한 명절이면서, 투자자들에게는 시장의 리듬이 평소와 달라지는 특별한 시기입니다. 휴장일과 단축 거래 시간, 거래량과 유동성의 변화, 그리고 한국 시장에까지 이어질 수 있는 여파를 이해하고 나면, 달력 한 귀퉁이에 적힌 ‘Thanksgiving Day’라는 글자가 예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보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