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선물 거래 화면을 봤을 때는 눈앞이 조금 어지러웠습니다. 숫자가 계속 바뀌고, 초록색과 빨간색 막대가 오르락내리락하는 차트, 듣도 보도 못한 영어 용어들까지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런데 호기심도 컸습니다. 작은 돈으로도 큰 거래를 할 수 있다길래, 제대로만 알면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만 주변에서 선물 거래를 하다가 계좌가 한 번에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때부터는 “무작정 따라 하면 안 되겠다, 원리를 차분히 이해해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이낸스 선물 거래는 분명 매력적인 도구입니다. 가격이 오를 때뿐만 아니라 내릴 때도 수익을 노릴 수 있고, 레버리지라는 기능을 통해 적은 돈으로 큰 금액을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도 큽니다. 특히 구조를 잘 모른 채 시작하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손실이 쌓일 수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선물 거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왜 조심해야 하는지, 그리고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점을 꼭 알아두면 좋은지 차근히 살펴보겠습니다.
바이낸스 선물 거래, 기본 개념부터 이해하기
먼저 “선물 거래”라는 말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어렵게 느껴지지만, 핵심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습니다.
선물 거래는 실제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직접 사고 보관하는 거래가 아닙니다. 대신 “미래의 어느 시점에, 이 가격으로 사거나 팔겠다”라는 약속을 사고파는 것입니다. 이 약속 자체를 계약이라고 부르는데, 이 계약의 가격이 계속 바뀌고, 그 변동에 따라 수익과 손실이 생깁니다.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롱(Long) 포지션을, 내릴 것 같으면 숏(Short) 포지션을 잡습니다. 포지션이라는 말은 간단히 말해 “나는 이 방향으로 베팅하고 있다”라는 뜻 정도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롱은 “오를 것 같다”, 숏은 “내릴 것 같다”에 건 선택입니다.
이 구조 때문에 선물 거래에서는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방향만 잘 맞추면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을 틀리게 맞추면 같은 속도로 손실도 커집니다. 특히 레버리지를 사용하면 그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레버리지와 청산, 꼭 알아야 할 핵심 위험
선물 거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레버리지입니다. 레버리지는 지렛대라는 뜻인데, 작은 힘으로 큰 물건을 움직이듯이, 적은 증거금(보증금)으로도 큰 거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입니다.
예를 들어, 100달러만 가지고 있더라도 10배 레버리지를 쓰면 1,000달러 규모의 포지션을 잡을 수 있습니다. 가격이 내 예측 방향으로 5%만 움직여도, 실제 내 돈 기준으로는 50%에 가까운 수익이 날 수 있습니다. 숫자만 보면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반대 방향으로 5%만 움직여도, 손실 역시 50%에 가까워집니다. 더 크게 움직이면 증거금이 거의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청산입니다.
청산은 포지션의 손실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을 때, 거래소가 자동으로 포지션을 강제로 정리해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포지션에 넣어 둔 증거금 대부분을 잃게 되고, 한 번 청산이 되면 그 포지션은 더 이상 유지할 수 없습니다. 특히 레버리지가 높을수록 청산 가격이 현재 가격과 가까워지기 때문에, 조금만 가격이 흔들려도 포지션이 정리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 시작할 때는 레버리지를 최대한 낮게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경험이 많아지더라도 레버리지를 무작정 높이는 것은 대부분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바이낸스 선물 계정 준비하기
바이낸스에서 선물 거래를 하려면 일반 계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몇 가지 단계를 더 거쳐야 합니다.
먼저 바이낸스 회원가입을 하고, 신분증을 이용해 본인 인증(KYC)을 마쳐야 합니다. 최근에는 각국 규제가 강화되면서, 이런 신원 인증이 완료되어야 대부분의 기능을 쓸 수 있습니다. 계정이 준비되면, 선물 거래를 위한 별도의 선물 계정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바이낸스 앱이나 웹에서 선물 메뉴로 들어가면, 처음 사용하는 경우 약관 동의를 요구하는 화면이 나오거나, 기본적인 선물 관련 개념을 묻는 간단한 퀴즈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선물 거래의 위험을 알리고, 최소한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절차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물 계정이 열렸다면, 이제 자금을 옮겨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현물(Spot) 지갑에 있는 USDT 같은 스테이블 코인을 선물(Futures) 지갑으로 전송하게 됩니다. 이때 자금을 한꺼번에 다 옮기기보다는, “이번에 거래에 사용할 금액만 옮기고 나머지는 남겨 두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이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선물 거래 화면 구조 익히기
선물 화면은 여러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복잡해 보이지만, 각 부분의 역할만 이해하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차트입니다. 차트는 가격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표시된 봉(캔들)들이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나열되어 있고, 위아래로 꼬리가 달린 모양이 보일 것입니다. 이 봉 하나가 일정 시간 동안의 시가, 고가, 저가, 종가를 나타냅니다.
차트 옆에는 호가창이 있습니다. 호가창은 현재 사람들이 어느 가격에 사고 싶어 하는지, 어느 가격에 팔고 싶어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위쪽은 매도 주문, 아래쪽은 매수 주문이 쌓여 있고, 실시간으로 변합니다. 그 옆이나 아래에는 실제로 방금 체결된 거래 내역이 시간 순서대로 표시됩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주문 입력 패널입니다. 여기에서 레버리지를 조절하고, 주문 종류를 고르고, 수량을 적은 다음 롱이나 숏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교차와 격리, 둘의 차이 이해하기
주문 패널에서 자주 보이는 단어가 교차(Cross)와 격리(Isolated)입니다. 이 둘은 손실이 났을 때 어느 범위까지 증거금을 끌어다 쓰는지에 대한 설정입니다.
교차 모드는 선물 지갑에 있는 전체 자산을 하나의 큰 바구니처럼 사용합니다. 특정 포지션에서 손실이 나면, 그 손실을 메우기 위해 지갑에 남아 있는 다른 자금까지 함께 활용합니다. 버티는 힘은 커지지만, 반대로 청산이 나면 선물 지갑 전체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격리 모드는 포지션 하나하나에 증거금을 따로 묶어 두는 방식입니다. 특정 포지션이 손실을 내더라도, 그 포지션에 넣어 둔 증거금 이상으로는 손실이 번지지 않습니다. 관리가 더 명확하고, 사고가 났을 때 피해를 제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격리 모드를 사용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레버리지 설정과 주문 방식
교차/격리 설정 옆에 보이는 숫자가 레버리지 배수입니다. 이 숫자를 눌러서 배수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론적으로는 수십 배까지도 올릴 수 있지만, 숫자가 커질수록 청산까지의 거리가 매우 짧아진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됩니다.
주문 방식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지정가 주문과 시장가 주문입니다. 지정가는 “이 가격에 사거나 팔겠다”라고 직접 가격을 정하는 방식입니다. 시장가는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가격에 바로 체결되게 해 달라”는 방식입니다. 시장가는 속도가 빠르지만, 가격이 급하게 움직일 때는 예상보다 불리한 가격에 체결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응용된 방식으로는 스탑 리밋과 스탑 마켓 주문이 있습니다. 이 주문들은 특정 가격에 도달했을 때 자동으로 손절이나 익절을 실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손절 기능으로 자주 사용됩니다.
포지션 관리와 TP/SL 설정
주문이 체결되면 포지션이 열립니다. 화면 하단이나 옆에는 현재 열려 있는 포지션 목록, 미체결 주문 목록이 표시됩니다. 여기서 진입 가격, 현재 가격, 미실현 손익(PnL), 예상 청산 가격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TP/SL은 Take Profit(이익 실현)과 Stop Loss(손절)를 의미합니다. 미리 목표 수익 구간과 손실 한도를 정해 두고, 그 가격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포지션을 줄이거나 정리하도록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시장이 크게 움직여 계좌가 크게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처음 선물 거래를 할 때 꼭 챙겨야 할 습관
선물 거래의 구조를 이해했다고 해서 바로 안정적인 거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매매를 하다 보면 숫자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몇 가지 습관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장 먼저, 시작 금액을 작게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잃어도 생활에 영향이 없는 수준에서,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편이 훨씬 안전합니다. 이때 레버리지도 자연스럽게 낮게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처음부터 큰 수익을 노리기보다는, 청산 없이 포지션을 관리하는 연습을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마음도 편합니다.
두 번째로, 손절을 습관처럼 설정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포지션을 열 때마다 “어디까지 손실을 허용할지”를 먼저 정한 뒤, 그 가격에 자동으로 손절이 되도록 주문을 넣어 두는 식입니다. 이렇게 해 두면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한 번에 너무 많은 포지션을 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종목을 동시에 크게 잡으면, 화면을 계속 지켜보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고, 작은 변동에도 마음이 크게 흔들립니다. 관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적은 개수의 포지션만 운영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네 번째로, 감정적인 매매를 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손실을 크게 본 뒤에 “이번에 한 번만 만회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평소보다 더 큰 금액과 높은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행동을 복수 매매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런 매매는 대부분 더 큰 손실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일정 비율 이상 손실을 보면 그날 거래를 중단하는 규칙을 스스로 정해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초 공부와 정보 확인의 중요성
선물 거래를 단순히 운에 맡기지 않기 위해서는, 차트와 시장 정보를 읽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차트에서는 캔들 모양, 거래량, 이동평균선, 지지선과 저항선 같은 요소들을 이용해 가격이 어디에서 멈추고 어디에서 반전할 가능성이 있는지 가늠합니다. 완벽하게 맞출 수는 없지만, 아무 근거 없이 진입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또한 암호화폐 시장은 뉴스와 정책 변화, 대규모 자금 이동 등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특정 프로젝트와 관련된 악재가 나오거나, 글로벌 경제 관련 발표가 있을 때 큰 변동성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최소한 중요한 일정과 주요 뉴스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뜻밖의 움직임에 덜 당황하게 됩니다.
선물 거래에서는 펀딩비라는 것도 신경 써야 합니다. 펀딩비는 선물 가격과 실제 현물 가격이 너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정 주기마다 롱 포지션과 숏 포지션 사이에서 수수료처럼 주고받는 금액입니다. 어느 쪽이 다수인지에 따라 받거나 내게 되는데, 장기간 포지션을 유지하면 이 펀딩비가 생각보다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같은 방향의 포지션을 유지할 계획이라면, 펀딩비가 어느 정도인지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연습과 복기, 그리고 속도 조절
바이낸스에는 공식적인 모의투자 기능이 따로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아주 작은 금액으로 직접 시장에 들어가 보며 연습하는 방법이 현실적입니다. 적은 자금이라도 실제로 손익이 오르내리는 것을 경험해 보면, 이론으로만 배울 때와는 전혀 다른 감정이 생깁니다.
연습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왜 이 자리에서 들어갔는지, 왜 이 자리에서 나왔는지”를 간단하게라도 기록해 보는 것입니다. 나중에 다시 보면서 “이 판단은 괜찮았는지, 무엇을 놓쳤는지”를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기 과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판단 기준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 줍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속도입니다. 선물 거래는 화면만 보면 빨리 움직이는 숫자들 때문에 서둘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 번에 크게 벌려고 할수록, 크게 잃을 가능성도 함께 커집니다. 오히려 거래 횟수를 줄이고, 각 거래에 더 시간을 들여 고민하는 편이 더 오래 버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선물 거래 자체는 도구일 뿐이고, 그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구조를 차분히 이해하고, 위험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를 유지한다면, 시장을 바라보는 눈도 조금씩 달라질 것입니다. 반대로 기회만 보고 위험을 무시하면, 시장은 언제든지 차갑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도 늘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런 점들을 하나씩 익혀 가다 보면, 숫자와 용어들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줄어들고, 화면 속 움직임을 조금 더 침착하게 바라보게 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기간의 성과가 아니라, 오래 버티면서도 큰 실수를 줄여 나가는 과정 자체일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