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끝에 드디어 타임라인이 파란색으로 꽉 차 있는 컴포지션을 보게 되면, 설렘보다 먼저 떠오르는 고민이 있습니다. “이제 이걸 어떤 설정으로 뽑아야 하지?” 한 번은 파일 크기를 신경 쓰지 않고 최고 품질로만 내보냈다가, 클라이언트에게 전송도 못 하고 외장하드 용량만 털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때부터는 애프터이펙트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떤 코덱을 써서 내보내야 하는지 나름 기준을 세우게 되었고, 그 경험을 정리해 둔 내용입니다.
Adobe Media Encoder로 내보내기가 기본이 되는 이유
애프터이펙트에서 직접 렌더해도 되지만, 실제 작업에서는 Adobe Media Encoder(이하 AME)를 이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렌더가 돌아가는 동안에도 애프터이펙트에서 계속 작업할 수 있고, 여러 버전을 한 번에 대기열에 쌓아둘 수 있어서 효율이 크게 올라갑니다.
먼저, 내보낼 컴포지션을 타임라인이나 프로젝트 패널에서 선택한 뒤 다음과 같이 진행합니다.
- 상단 메뉴에서 Composition > Add to Adobe Media Encoder Queue를 선택합니다.
- 단축키를 사용하는 경우: Windows는
Ctrl+Alt+Shift+M, macOS는Cmd+Option+Shift+M(버전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실제 메뉴 이름을 기준으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 AME가 자동으로 실행되며, 선택한 컴포지션이 대기열에 추가됩니다.
Media Encoder에서 기본 설정 잡기
AME 대기열에 컴포지션이 올라오면, 형식과 프리셋을 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품질과 용량, 호환성이 결정됩니다.
자주 사용하는 형식(Format) 선택
- H.264
- 웹 업로드(유튜브, SNS), 클라이언트 확인용, 일반 배포용에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 파일 크기에 비해 화질이 좋고, 대부분의 기기에서 재생이 잘 됩니다.
- QuickTime
- MOV 컨테이너를 사용하며, ProRes 같은 고품질 코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편집 프로그램으로 다시 넘기거나 색보정, 후반작업을 더 해야 할 때 사용하기 좋습니다.
- 이미지 시퀀스 (TIFF, PNG, DPX 등)
- 한 프레임씩 이미지로 저장하는 방식입니다.
- 중간에 렌더가 중단되었을 때 이어서 작업하기가 쉽고, 후반 합성/색보정용으로도 자주 사용합니다.
프리셋(Preset)으로 빠르게 시작하기
처음엔 세부 설정을 모두 건드리기보다, 목적에 맞는 프리셋을 골라 시작하는 것이 훨씬 편합니다.
- H.264를 선택한 경우
- Match Source – High Bitrate: 컴포지션의 해상도와 프레임 속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비교적 높은 화질로 출력합니다. 전반적인 용도에 무난합니다.
- YouTube 1080p / 2160p 등 플랫폼 이름이 붙은 프리셋: 유튜브, Vimeo 등 업로드용으로 기본 세팅이 잡혀 있어, 초보자도 크게 손댈 부분이 없습니다.
- QuickTime을 선택한 경우
- Apple ProRes 422 또는 ProRes 422 HQ: 편집용, 색보정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고품질 코덱입니다. 다만 파일 크기가 상당히 크므로, 보관 및 전송 여건을 고려해야 합니다.
출력 위치와 세부 설정 조정
대기열에 표시된 항목 오른쪽의 파란색 파일 이름을 클릭하면 저장 위치와 파일 이름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그 옆의 형식/프리셋 부분을 클릭하면 더 자세한 설정 창이 열립니다.
- Video 탭
- Resolution(Width, Height):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컴포지션과 동일하게 설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Frame Rate: 작업한 컴포지션의 프레임 속도와 일치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 Bitrate Settings
- VBR 2-Pass: 인코딩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품질과 용량의 균형이 좋아 자주 사용됩니다.
- Target Bitrate, Maximum Bitrate: 값이 높을수록 품질은 올라가고 용량도 같이 커집니다. 유튜브 기준으로 FHD 영상이라면 대략 8~16Mbps 안에서 조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Audio 탭
- 오디오를 포함할지 여부를 체크합니다.
- 보통 48kHz, 스테레오를 많이 사용하며, 비트레이트는 192kbps 이상 정도면 무난합니다.
설정이 끝났다면, AME 오른쪽 상단의 녹색 시작 버튼을 눌러 렌더링을 진행합니다. 이 상태에서도 애프터이펙트에서 다른 프로젝트를 열어 작업할 수 있어, 마감이 몰릴 때 큰 도움이 됩니다.
애프터이펙트에서 직접 렌더링해야 할 때
가끔은 AME 설치가 안 되어 있거나, 단순한 테스트용 영상 하나만 빠르게 뽑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애프터이펙트의 Render Queue를 그대로 이용해도 충분합니다.
Render Queue에 컴포지션 추가하기
- 프로젝트 패널이나 타임라인에서 내보낼 컴포지션을 선택합니다.
- Composition > Add to Render Queue를 선택합니다.
- Render Queue 패널이 열리면서 선택한 컴포지션이 목록에 들어갑니다.
Render Settings와 Output Module 설정
- Render Settings
- Best Settings: 최상의 품질로 렌더링합니다. 대부분의 최종 출력용으로 이 옵션을 사용합니다.
- Draft Settings: 테스트용으로 빠르게 품질을 낮춰 확인할 때 사용합니다.
- Output Module
- Format: QuickTime, AVI, 이미지 시퀀스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Format Options에서 코덱과 품질을 조정합니다. 예를 들어 QuickTime을 선택한 후 ProRes 코덱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 Audio Output: 필요에 따라 오디오 포함 여부를 선택합니다.
- Output To
- 파일 이름과 저장 위치를 지정합니다.
모든 설정을 마친 후 Render 버튼을 누르면 애프터이펙트에서 직접 렌더링이 진행됩니다. 이 경우 렌더링이 끝날 때까지 애프터이펙트를 다른 작업에 쓰기 어려운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코덱과 컨테이너를 이해하면 선택이 쉬워진다
실무에서 헷갈리는 부분 중 하나가 “코덱이랑 mp4가 뭐가 다르냐”는 질문입니다.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코덱(Codec)의 기본 개념
- H.264 (AVC)
- 웹용, 일반 배포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됩니다.
- 품질과 용량의 균형이 좋고, 호환성이 뛰어납니다.
- H.265 (HEVC)
- H.264보다 더 적은 용량으로 비슷한 품질을 낼 수 있습니다.
- 다만 모든 기기에서 재생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납품용일 경우 클라이언트 환경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Apple ProRes
- 후반 작업과 편집에 최적화된 고품질 코덱입니다.
- 용량이 크지만, 재인코딩과 편집 과정에서 화질 열화가 적습니다.
- DNxHD / DNxHR
- Avid 계열 워크플로우에서 많이 쓰이는 코덱입니다.
- 개념상 ProRes와 비슷하게, 편집용 중간 포맷으로 사용됩니다.
컨테이너(Container) 이해하기
- .mp4
- 대부분 H.264 또는 H.265 코덱과 함께 사용됩니다.
- 웹 업로드와 일반 배포용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형식입니다.
- .mov (QuickTime)
- ProRes, Animation 등 다양한 코덱을 담을 수 있는 컨테이너입니다.
- 방송, 영화, 후반작업 워크플로우에서 여전히 많이 사용됩니다.
- .avi
- 주로 윈도우 환경에서 사용되는 오래된 컨테이너입니다.
- 최근에는 mp4, mov에 비해 사용하는 빈도가 많이 줄어든 편입니다.
해상도, 프레임 속도, 비트레이트 선택 기준
애프터이펙트로 작업하다 보면, 결과물이 깨져 보이거나 버벅이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때 원인을 찾다 보면 해상도, 프레임 속도, 비트레이트 중 하나에서 답이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상도와 프레임 속도 맞추기
- 해상도(Resolution)
- 1920×1080: 일반적인 FHD 영상.
- 3840×2160: 4K UHD 영상.
- 특수 사이즈(세로 영상, 배너 등)는 처음 컴포지션을 만들 때부터 최종 목적에 맞춰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 프레임 속도(Frame Rate)
- 24fps: 영화 느낌의 프레임.
- 25fps, 30fps: 일반적인 방송 및 온라인 영상에서 많이 사용.
- 50fps, 60fps: 스포츠나 고속 움직임 표현, 게임 캡처 등에 사용.
- 렌더 시에는 가능하면 컴포지션의 프레임 속도와 동일하게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비트레이트와 품질/용량의 균형
- VBR (Variable Bitrate)
- 영상의 복잡도에 따라 비트레이트를 자동으로 조절합니다.
- VBR 2-Pass는 인코딩 시간이 조금 더 걸리지만,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결과를 얻기 좋습니다.
- CBR (Constant Bitrate)
- 항상 같은 비트레이트를 유지합니다.
- 스트리밍 서버 등 특정 환경에서 필요할 때 사용합니다.
실무에서는 웹 업로드용 FHD 기준으로, H.264 VBR 2-Pass에 타깃 비트레이트를 대략 8~12Mbps 정도로 두고 상황에 따라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업 목적에 따라 내보내기 전략 세우기
실제 작업에서는 “어디에 쓸 영상인지”에 따라 내보내기 방식이 자연스럽게 달라집니다. 몇 가지 전형적인 상황을 기준으로 정리해 보면 선택이 훨씬 쉬워집니다.
유튜브, SNS 업로드용
- 형식: H.264
- 컨테이너: mp4
- 프리셋: YouTube 1080p, 2160p 또는 Match Source – High Bitrate
- 비트레이트: 플랫폼 권장값을 기준으로 약간 여유 있게 설정하면 무난합니다.
편집용 중간 파일, 후반작업용
- 형식: QuickTime
- 코덱: Apple ProRes 422, ProRes 422 HQ, 또는 DNxHD/DNxHR
- 용량이 많이 나오더라도, 화질과 편집 안정성을 우선합니다.
안정성이 중요한 장기 프로젝트
- 이미지 시퀀스(PNG, TIFF, EXR 등)로 렌더링 후, 나중에 시퀀스를 다시 영상으로 묶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 중간에 렌더가 끊겨도 이어 붙이기 쉽고, 특정 구간만 다시 렌더링하기도 편합니다.
작업하면서 느꼈던 작은 팁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내보내기에서 자주 체크하게 되는 부분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처음에는 꼭 프리셋부터 사용해 보기
- 복잡한 수치를 모두 이해하지 못해도, 유튜브/웹용 프리셋만 잘 골라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컴포지션 설정과 맞춰보기
- 해상도, 프레임 속도, 픽셀 종횡비를 렌더 설정에서 다시 바꾸면 의도치 않은 품질 저하나 끊김이 생길 수 있습니다.
- 오디오 포함 여부를 항상 한 번 더 확인하기
- 생각보다 자주, 소리 없는 파일을 다시 내보내게 되는 일이 생깁니다. 최종 렌더 전에 미리 체크하는 습관을 들이면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습니다.
- 중요한 프로젝트는 짧은 구간만 테스트 렌더
-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렌더했다가 설정이 잘못된 걸 나중에 알게 되면, 시간과 체력이 한꺼번에 빠져나갑니다.
- 몇 초~몇십 초 정도만 잘라서 먼저 테스트 렌더 후, 원하는 화질과 용량이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이 훨씬 안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