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캐논 풀프레임 카메라를 들고 나갔을 때, 셔터를 누르는 손이 괜히 긴장되던 기억이 있습니다. 메뉴도 복잡하고, 렌즈는 이름이 너무 길어서 뭐가 뭔지 헷갈리기 쉽습니다. 특히 “어떤 렌즈를 사야 할까?”라는 고민 앞에서는 인터넷 검색을 몇 시간씩 해도 결정을 못 내리곤 합니다. 하지만 몇 가지 기준만 알면, 처음 렌즈를 고르는 일도 훨씬 단순해집니다.

여기에서는 캐논 풀프레임 카메라를 막 시작하신 분들을 위해, 많이들 선택하는 EF와 RF 렌즈를 중심으로 차근차근 정리해보겠습니다.

캐논 풀프레임 렌즈를 고르기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

먼저, 캐논 풀프레임 카메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운트”와 “촬영 스타일”, 그리고 “예산”입니다. 이 세 가지를 정리해 두면 렌즈 선택이 훨씬 쉬워집니다.

1. EF 마운트와 RF 마운트의 차이

캐논 풀프레임은 크게 두 종류의 렌즈 마운트를 사용합니다. 이 부분은 헷갈리기 쉬우니 차이를 분명히 알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 EF 마운트: 캐논 DSLR 풀프레임 바디(예: 5D 시리즈, 6D 시리즈 등)에 사용되는 마운트입니다. 출시된 지 오래된 만큼 렌즈 종류가 매우 많고, 중고 시장에 매물이 풍부합니다.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편이라 예산을 아끼면서도 다양한 렌즈를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 RF 마운트: EOS R 시리즈와 같은 미러리스 풀프레임 바디에 사용되는 최신 마운트입니다. 광학 설계가 새로워져 화질, 주변부 선명도, AF 성능 등에서 뛰어난 렌즈들이 많습니다. 다만 아직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편입니다.
  • 어댑터 사용: RF 바디에서는 캐논 정품 마운트 어댑터를 사용해 EF 렌즈를 그대로 장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사진 촬영에서는 AF, 조리개 제어 등 대부분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덕분에 RF 바디를 쓰면서도 EF 렌즈의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선택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DSLR을 쓰신다면 EF 렌즈를, EOS R 같은 미러리스를 쓰신다면 RF 렌즈를 기본으로 생각하되, RF 사용자라면 EF 렌즈 + 어댑터 조합도 충분히 좋은 선택이 됩니다.

2. 어떤 사진을 많이 찍을지 생각해보기

렌즈는 “어떤 장면을 주로 찍을 것인가”에 따라 선택이 크게 달라집니다. 아래를 참고하면서 자기에게 가장 가까운 스타일을 떠올려 보시기 바랍니다.

  • 일상, 스냅, 인물 위주: 친구, 가족, 카페, 여행길에서의 거리 사진 등 여러 상황을 한 번에 커버하려면 표준 줌 렌즈가 편리합니다.
  • 풍경, 건축, 넓은 공간: 산, 바다, 도시 야경처럼 넓고 시원한 장면을 담고 싶다면 광각 줌 렌즈가 좋습니다.
  • 인물 클로즈업, 배경 흐림 강조: 얼굴과 상반신을 크게 담고, 배경을 부드럽게 흐리고 싶다면 50mm나 85mm 같은 밝은 단렌즈가 잘 어울립니다.
  • 꽃, 곤충, 작은 물건: 아주 가까이에서 작은 피사체를 자세히 담고 싶다면 매크로 렌즈가 필요하지만, 처음에는 일반 렌즈로도 충분히 연습할 수 있습니다.

3. 예산을 어떻게 나눌지

카메라보다 렌즈에 더 투자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렌즈는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최고가 렌즈만이 정답은 아닙니다.

  • 처음에는 표준 줌 렌즈 1개 + 저렴한 단렌즈 1개 정도로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 어떤 화각을 자주 쓰는지 감이 잡힌 뒤, 나중에 그 화각에 맞는 고급 렌즈로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이 효율적입니다.
  • EF 렌즈는 특히 중고 시장이 잘 형성되어 있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좋은 렌즈를 구할 수 있습니다.

첫걸음은 이것부터: 표준 줌 렌즈 추천

가장 먼저 추천드리는 것은 24-105mm 같은 표준 줌 렌즈입니다. 사람의 시야에 비교적 가까운 35~50mm 영역부터, 인물 사진에 좋은 85mm 부근까지 한 번에 커버할 수 있어 카메라를 처음 익히기에 아주 좋습니다.

EF 24-105mm f/4L IS II USM (EF 마운트)

DSLR 풀프레임 사용자에게 가장 유명한 표준 줌 렌즈 중 하나입니다.

  • 장점
    24mm의 광각에서 105mm의 망원까지 한 번에 커버해 여행, 풍경, 인물, 행사까지 거의 모든 상황에 대응 가능합니다. L 렌즈답게 색 표현과 선명도가 뛰어나고, 튼튼한 방진·방적 설계 덕분에 야외 촬영에서도 든든합니다. 손떨림 보정(IS) 기능도 있어, 셔터 속도가 조금 느려도 흔들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아쉬운 점
    최대 조리개가 f/4로 고정되어 있어, 매우 어두운 실내나 밤 사진에서 배경을 크게 날리고 싶을 때는 한계가 느껴질 수 있습니다.

RF 24-105mm F4-7.1 IS STM (RF 마운트)

EOS R 시리즈와 함께 자주 번들로 제공되는 렌즈로, RF 입문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표준 줌입니다.

  • 장점
    크기와 무게가 가벼워서 들고 다니기 편하고, 가격도 RF 렌즈 중에서는 비교적 부담이 적습니다. STM 모터는 AF가 부드럽고 비교적 조용해 영상 촬영에도 잘 어울립니다. 손떨림 보정 성능도 괜찮아서 일상 기록용으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 아쉬운 점
    조리개가 F4-7.1로 가변이라, 줌을 당길수록 최대 개방 조리개가 어두워집니다. 실내나 야간처럼 빛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ISO를 많이 올려야 할 때가 있습니다.

RF 24-105mm F4 L IS USM (RF 마운트)

RF 시스템에서 “표준 줌 하나로 오래 쓰고 싶다”는 분들에게 많이 추천되는 렌즈입니다.

  • 장점
    전체 줌 구간에서 f/4를 유지하는 고정 조리개와 L 렌즈급 화질, 빠른 AF, 튼튼한 마감이 큰 장점입니다. 여행, 인물, 풍경 등 다양한 촬영을 모두 높은 수준으로 처리할 수 있어, 메인 렌즈로 오래 가져가기 좋습니다.
  • 아쉬운 점
    가격이 높고, RF 24-105mm F4-7.1 STM보다 크고 무거워 휴대성이 떨어집니다. 시작 단계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빛을 더 많이, 배경은 더 부드럽게: 50mm 단렌즈

표준 줌 렌즈로 어느 정도 감을 익힌 뒤에는 많은 분들이 50mm 단렌즈를 추가로 선택합니다. 단렌즈는 줌이 안 되는 대신 화질이 좋고, 조리개가 밝아서 배경 흐림이 크고 어두운 곳에서도 유리합니다.

EF 50mm f/1.8 STM (EF 마운트)

일명 “쪼끔 밝고, 엄청 가성비 좋은” 렌즈로 유명한 모델입니다.

  • 장점
    가격이 매우 저렴하면서도 f/1.8의 밝은 조리개 값을 제공합니다. 인물 사진에서 배경을 크게 흐리게 할 수 있고, 실내나 밤에도 비교적 낮은 ISO로 촬영이 가능합니다. 작고 가벼워서 카메라에 항상 달아두기에도 좋습니다.
  • 아쉬운 점
    외관 재질이 플라스틱 위주라 고급스럽지는 않고, 충격에 조금 약할 수 있습니다. AF 속도도 최신 고급 렌즈에 비하면 아주 빠른 편은 아닙니다.

RF 50mm F1.8 STM (RF 마운트)

RF 버전의 “가성비 50mm”로 볼 수 있는 렌즈입니다.

  • 장점
    EF 50mm f/1.8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RF 마운트에 맞게 설계되어 화질과 AF가 조금 더 안정적인 편입니다.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여, RF 입문자가 “배경 흐림이 강한 사진”을 처음 경험하기에 매우 좋은 선택입니다.
  • 아쉬운 점
    역시 플라스틱 구조가 많고, L 렌즈와 같은 최상급 화질과 내구성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EF 50mm f/1.4 USM (EF 마운트)

조금 더 욕심을 낼 때 고려하는 50mm 렌즈입니다.

  • 장점
    f/1.4의 더 밝은 조리개 덕분에 f/1.8보다 배경 흐림과 저조도 성능이 한층 더 뛰어납니다. USM 모터로 AF 속도도 개선되어, 움직임이 있는 피사체 촬영에도 조금 더 유리합니다.
  • 아쉬운 점
    가격이 f/1.8 STM보다 확실히 높고, 구조상 충격에 약하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또한 최신 RF 렌즈들에 비하면 AF 소음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RF 50mm F1.2 L USM (RF 마운트)

예산 걱정을 덜어둔 분들이 선택하는 “궁극의 50mm” 중 하나입니다.

  • 장점
    f/1.2라는 매우 밝은 조리개 값으로, 눈만 또렷하고 배경은 완전히 녹아내리는 듯한 표현이 가능합니다. 인물 촬영에서 극적인 사진을 만들기에 좋습니다. L 렌즈라서 색 표현, 선명도, 내구성, AF 모두 최상급입니다.
  • 아쉬운 점
    가격과 무게 모두 상당합니다. 하루 종일 들고 다니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고,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는 과투자일 수 있습니다.

넓은 세상을 한 장에: 광각 줌 렌즈

산과 바다, 도시 야경, 실내 공간 전체를 넓게 담고 싶을 때는 광각 줌 렌즈가 필요합니다. 같은 자리에서 찍어도 표준 줌보다 훨씬 넓은 공간이 들어가 시원한 느낌을 주지요.

EF 17-40mm f/4L USM (EF 마운트)

DSLR 풀프레임에서 오래 사랑받아 온 광각 줌 렌즈입니다.

  • 장점
    17mm의 넓은 화각으로 풍경, 건축, 실내 촬영에 유리합니다. L 렌즈급의 튼튼한 마감과 준수한 화질, 그리고 다른 L 광각 줌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 덕분에 “입문용 광각 L 렌즈”로 자주 언급됩니다. 중고 매물도 많아 부담을 줄이기 좋습니다.
  • 아쉬운 점
    손떨림 보정(IS)이 없어서, 어두운 환경에서는 삼각대를 사용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조리개도 f/4라서 별사진 같은 극저조도 촬영에서는 한계가 있을 수 있습니다.

RF 15-30mm F4.5-6.3 IS STM (RF 마운트)

RF 시스템에서 비교적 부담 없이 광각을 맛볼 수 있는 줌 렌즈입니다.

  • 장점
    15mm부터 시작하는 넓은 화각으로 풍경, 실내, 여행 사진에 좋습니다. 크기가 작고 가벼워서 여행용 서브 렌즈로 들고 다니기 좋으며, 손떨림 보정 기능도 탑재되어 있습니다. 가격이 RF 광각 렌즈들 중에서는 낮은 편입니다.
  • 아쉬운 점
    조리개가 F4.5-6.3이라 어두운 편이고, 별사진이나 아주 어두운 실내에서는 한계가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배경 흐림을 크게 만들기보다는, 넓은 장면을 담는 용도에 더 적합합니다.

인물 사진의 고전 조합: 85mm 단렌즈

인물 사진에 조금 더 집중하고 싶어질 때, 많은 사진가들이 선택하는 화각이 바로 85mm입니다. 얼굴과 상반신을 자연스럽게 담을 수 있고, 배경도 예쁘게 흐려주어 “인물 전용” 느낌을 잘 살려줍니다.

EF 85mm f/1.8 USM (EF 마운트)

DSLR 사용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은 인물용 단렌즈입니다.

  • 장점
    f/1.8의 밝은 조리개로 배경 흐림과 저조도 성능이 뛰어납니다. 85mm 화각은 얼굴 비율이 자연스럽게 표현되어, 인물 사진을 담을 때 특히 매력적입니다. 가격 대비 화질과 성능이 좋아 “가성비 인물 렌즈”라는 평가를 많이 받습니다.
  • 아쉬운 점
    AF 구동 시 소음이 느껴질 수 있어, 아주 조용한 환경에서의 영상 촬영에는 다소 불편할 수 있습니다.

RF 85mm F2 MACRO IS STM (RF 마운트)

RF 마운트에서 인물과 간단한 접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렌즈입니다.

  • 장점
    f/2의 조리개로 충분한 배경 흐림을 만들 수 있으며, 85mm 인물 촬영에 잘 어울립니다. 손떨림 보정(IS)와 0.5배 접사 기능을 지원해 꽃, 음식, 소품 등을 가까이에서 담을 때도 유리합니다. 활용 범위가 넓어 하나의 렌즈로 여러 상황을 커버하고 싶을 때 좋습니다.
  • 아쉬운 점
    EF 85mm f/1.8보다 약간 더 비싸고, 최대 개방이 f/2라는 점에서 “조금이라도 더 밝게”를 원하는 분들에게는 아쉬울 수 있습니다.

처음 렌즈를 고를 때 도움이 되는 선택 순서

이제 “어떤 렌즈부터 사야 할까?”가 궁금해지실 수 있습니다. 아래 순서를 참고해 보시면 선택이 조금 더 쉬워집니다.

  • 1단계: 표준 줌 렌즈부터
    EF 24-105mm f/4L II나 RF 24-105mm F4-7.1 IS STM처럼 24-105mm 영역을 커버하는 표준 줌 렌즈를 먼저 사용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어떤 화각을 자주 쓰는지, 자신이 풍경을 더 좋아하는지 인물을 더 좋아하는지 감을 잡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 2단계: 밝은 단렌즈 추가
    그 다음에는 EF 50mm f/1.8 STM이나 RF 50mm F1.8 STM 같은 저렴한 단렌즈를 추가해 보시면 좋습니다. 같은 장면이라도 조리개가 밝은 단렌즈로 찍으면 사진 분위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 3단계: 자신이 즐기는 장르에 맞춰 확장
    풍경을 자주 찍는다면 EF 17-40mm f/4L USM이나 RF 15-30mm F4.5-6.3 IS STM 같은 광각 줌, 인물 사진을 좋아한다면 EF 85mm f/1.8 USM이나 RF 85mm F2 MACRO IS STM을 추가로 고려해 보시면 좋습니다.
  • 4단계: 중고 렌즈도 적극 활용
    특히 EF 렌즈는 중고 시장이 매우 활발합니다. 렌즈 상태만 잘 확인한다면, 새 제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좋은 렌즈를 구할 수 있습니다. 중고 거래 시에는 외관 상태, 렌즈 내부 먼지, 곰팡이, AF 작동 여부 등을 꼼꼼히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5단계: 실제로 만져보고 결정
    가능한 경우라면 카메라 매장이나 렌탈 서비스를 통해 렌즈를 직접 사용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무게, 크기, 손에 쥐었을 때의 느낌, AF 속도 등을 직접 확인해 보면, 사양표만 보고 판단할 때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캐논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각 렌즈의 스펙과 예제 사진을 확인할 수 있으니, 모델명을 알고 있다면 한 번씩 살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참고용으로 캐논 코리아 사이트 주소를 남기겠습니다: 캐논코리아 공식 사이트 바로가기

처음에는 렌즈 이름도 낯설고 선택지도 너무 많아 어려워 보이지만, 자신이 쓰는 바디가 EF인지 RF인지, 어떤 장면을 자주 찍을지, 예산은 어느 정도인지 세 가지만 차분히 정리하면 방향이 분명해집니다. 그러면 렌즈는 “어떤 사진을 더 즐겁게 찍게 해 줄 도구”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잡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