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욕실에 들어갔는데, 하얗던 타일 줄눈이 잿빛으로 변해 있고, 샤워 부스 모서리에는 검은 곰팡이가 줄지어 있는 걸 보게 된 적이 있습니다. 물때가 조금 낀 줄만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이미 곰팡이가 제법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냥 물청소만 하면 될 줄 알았지만, 금세 다시 생기고 냄새까지 올라와서 그때부터 줄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하나씩 찾아보고 직접 해 보게 됐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욕실 타일 줄눈을 안전하게 관리하고 곰팡이를 줄이는 방법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욕실 줄눈은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사실 욕실 상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기도 합니다. 줄눈이 깨끗하면 전체 타일이 더 밝고 깨끗해 보이고, 반대로 줄눈이 더러워지면 전체 공간이 칙칙해 보입니다. 게다가 곰팡이는 보기 싫을 뿐 아니라 냄새와 위생 문제도 만들 수 있어서, 조금 귀찮더라도 한 번 제대로 관리 방법을 알아두면 나중에 훨씬 편해집니다.
욕실 줄눈 청소 전, 꼭 챙겨야 할 기본 준비
줄눈 청소는 힘으로만 밀어붙이는 일이 아니라, 미리 준비를 잘하면 훨씬 수월해집니다. 세제를 어떤 것을 쓰든, 몇 가지 기본 준비는 공통으로 필요합니다.
먼저 욕실 공기를 바꿔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문이 있다면 미리 활짝 열고, 환풍기가 있다면 청소하는 동안 계속 켜 두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락스처럼 냄새가 강한 세제를 쓸 때는 환기가 필수입니다. 문까지 열어 두면 냄새가 빠져나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집니다.
다음으로는 몸을 보호할 준비가 필요합니다. 세제가 손에 오래 닿으면 피부가 따갑거나 건조해질 수 있어서 고무장갑을 꼭 끼는 편이 좋습니다. 락스나 강한 세제를 사용할 때는 마스크를 하고, 눈에 튀지 않도록 보안경이나 보호 안경을 준비하면 더 안전합니다. 눈에 들어가면 바로 물로 오래 씻어내야 하므로, 세제를 다룰 때는 항상 조심하는 편이 좋습니다.
줄눈이나 타일이 손상되는지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욕실마다 타일 재질과 줄눈 색이 달라서, 같은 세제라도 어떤 곳에서는 괜찮고 어떤 곳에서는 변색이 생길 수 있습니다. 보통은 잘 보이지 않는 구석에 세제를 조금 발라서 10분 정도 두었다가 씻어내 보고, 색이 변하거나 표면이 거칠어지지 않는지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지막으로, 줄눈이 너무 젖어 있으면 세제가 잘 스며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샤워를 방금 했다면 바닥과 벽을 먼저 닦아 물기를 대충이라도 제거하고, 물이 뚝뚝 흐르지 않는 상태에서 청소를 시작하는 편이 좋습니다. 마른 수건이나 스퀴지를 이용해 대략적으로라도 물을 밀어내면 세제가 줄눈에 더 잘 붙습니다.
가벼운 때와 초반 곰팡이: 순한 방법부터 시작하기
줄눈이 살짝 누렇게 변했거나, 곰팡이가 막 생기기 시작한 정도라면 강한 세제까지 쓸 필요는 없습니다. 이럴 때는 집에 흔히 있는 재료만으로도 충분히 깨끗해질 수 있습니다.
베이킹소다를 이용한 기본 줄눈 청소
베이킹소다는 부엌에서 냉장고 냄새를 잡을 때도 쓰이지만, 줄눈 청소에도 꽤 유용합니다. 입자가 고운 가루라서 줄눈 사이의 묵은 때를 문질러 떼어내는 데 도움이 되고, 세제처럼 강하게 자극적이지 않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베이킹소다를 사용할 때는 물과 2:1 정도 비율로 섞어 걸쭉한 반죽을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물을 아주 조금씩 넣어가며 섞으면 농도 조절이 쉽습니다. 이때 물 대신 약국에서 파는 3% 과산화수소를 섞으면 살균과 약한 표백 효과가 더해져서, 줄눈이 더 환해지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만든 반죽을 줄눈 위에 골고루 올려 주고, 10분에서 15분 정도 그대로 놔둡니다.
시간이 지나면 안 쓰는 칫솔이나 줄눈 전용 브러시로 문질러 줍니다. 너무 세게 누르기보다 여러 번 왔다 갔다 하면서 부드럽게 문지르면 줄눈 손상을 덜 시키면서도 때를 잘 뺄 수 있습니다. 이후 따뜻한 물을 흘려보내거나 샤워기로 씻어 내면 됩니다. 필요하면 한 번 더 반복해도 괜찮습니다.
식초를 이용한 물때·곰팡이 관리
흰 타일과 줄눈 사이에 하얀 물때가 끼거나, 표면에 얇게 곰팡이가 피기 시작했다면 식초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백식초와 물을 1:1 비율로 섞어 스프레이 통에 담으면 사용하기 편합니다. 줄눈과 물때가 낀 부분에 골고루 뿌린 뒤 30분 이상 그대로 두고, 이후 칫솔로 문질러 준 다음 물로 깨끗이 씻어 내면 됩니다.
다만 식초는 산성이기 때문에 모든 타일에 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리석이나 다른 천연석 타일은 식초에 약해서, 표면이 뿌옇게 되거나 반짝임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내 욕실 타일이 천연석인지 확실하지 않을 때는 작은 구석에서 꼭 먼저 시험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식초를 사용할 때는 절대로 락스와 섞으면 안 됩니다. 함께 쓰면 눈과 호흡기에 해로운 가스가 생기므로, 둘은 반드시 따로 사용해야 합니다.
곰팡이가 심해졌을 때: 조금 더 강한 방법들
줄눈이 이미 까맣게 변했고, 베이킹소다나 식초 정도로는 잘 지워지지 않는다면 한 단계 더 강한 방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때도 무조건 락스부터 쓰기보다는, 순한 것에서 조금씩 강한 쪽으로 옮겨가는 편이 줄눈과 타일을 보호하는 데 좋습니다.
과산화수소를 활용한 곰팡이 제거
약국에서 흔히 파는 3% 과산화수소는 상처 소독에 사용하는 액체인데, 곰팡이가 낀 줄눈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른 세제에 비해 냄새가 강하지 않고, 흰 줄눈뿐 아니라 색이 있는 줄눈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쓸 수 있는 편입니다. 물론, 역시 작은 부분에 미리 시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과산화수소를 스프레이 통에 담아 곰팡이가 낀 줄눈에 직접 뿌려 준 뒤 10분에서 30분 정도 두면 됩니다. 그 후 칫솔이나 브러시로 문질러 주고, 따뜻한 물로 깨끗하게 헹궈 냅니다. 곰팡이가 특히 심한 부분에는 베이킹소다와 과산화수소를 섞어 반죽을 만들어 붙여 두었다가 닦아내면 더 강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락스를 사용할 때 지켜야 할 점
곰팡이가 깊게 자리 잡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잘 지워지지 않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락스입니다. 락스는 염소계 표백제로 곰팡이 제거에는 강력하지만, 사용 방법을 잘 지키지 않으면 줄눈과 타일, 그리고 사람에게도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락스를 쓸 때는 반드시 환기를 충분히 시키고, 고무장갑과 마스크, 보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보통 물과 1:1 또는 1:2 정도로 희석해서 사용하는데, 줄눈이 상하지 않도록 원액을 바로 붓는 일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희석한 락스를 키친타월이나 휴지에 적셔서 곰팡이가 낀 줄눈 위에 붙여 두면, 액체가 줄눈에 오래 머물러 곰팡이를 더 잘 없앨 수 있습니다.
이 상태로 10분에서 30분 정도 두었다가 휴지를 제거하고, 칫솔로 가볍게 문질러 준 뒤 깨끗한 물로 여러 번 충분히 씻어 내야 합니다. 락스가 남아 있으면 냄새도 오래가고, 줄눈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색깔 줄눈에는 락스가 탈색을 일으킬 수 있어서, 가능하면 흰색 줄눈에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세제와 섞지 않는 것입니다. 특히 식초나 구연산처럼 산성 세제와 락스를 섞으면 해로운 가스가 생겨 매우 위험합니다. 만약 사용 중에 두통이나 어지러움,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면 즉시 사용을 중단하고 욕실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쐬는 것이 필요합니다.
산소계 표백제(과탄산소다) 활용법
과탄산소다는 산소계 표백제로, 세탁할 때 자주 사용하는 성분이기도 합니다. 락스보다는 자극이 덜하고, 색이 있는 줄눈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편입니다. 과탄산소다 가루에 뜨거운 물을 섞어 걸쭉한 반죽을 만든 뒤 줄눈에 올려 두고, 30분에서 1시간 정도 두었다가 브러시로 문질러 씻어 내면 됩니다.
뜨거운 물을 사용할수록 활성 산소가 더 잘 나오지만, 너무 뜨거운 물은 손을 데일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합니다. 또한 통풍을 시키면서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충분히 물로 헹궈 내는 것이 좋습니다.
청소 후 줄눈을 오래 깨끗하게 유지하는 습관
한 번 고생해서 줄눈을 깨끗하게 만들었다면,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곰팡이와 때는 다시 생기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평소에 조금씩 관리해 주면 나중에 대청소를 할 때 훨씬 수월해집니다.
가장 기본은 욕실에 습기가 오래 머물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샤워를 마친 뒤에는 환풍기를 바로 켜고, 창문이 있다면 최대한 열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가능하다면 30분 이상 공기를 순환시켜 주면 줄눈이 마르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물기를 직접 닦아 내는 습관도 줄눈 관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샤워 후에 스퀴지로 벽과 바닥의 물을 아래로 밀어내거나, 마른 수건으로 줄눈 주변을 훑어 주면 곰팡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 줄어듭니다. 완벽하게 말리지 않아도, 물이 그대로 고여 있는 것과 단순히 젖어 있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줄눈 전용 코팅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줄눈을 깨끗하게 청소한 뒤에 코팅제를 발라 두면, 물과 오염이 줄눈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어서 곰팡이나 때가 생기는 속도를 늦출 수 있습니다. 보통 몇 달에서 1년에 한 번 정도 다시 발라 주면 효과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리콘 부분은 줄눈과는 조금 다르게 관리해야 합니다. 실리콘은 시간이 지나면 들뜨거나 틈이 생기면서 그 사이로 물이 스며들고, 그 공간에서 곰팡이가 자라기 쉽습니다. 곰팡이가 너무 깊게 파고들었거나 실리콘이 갈라진 경우에는, 표면만 닦는 것보다 실리콘을 떼어내고 곰팡이 방지 기능이 있는 실리콘으로 다시 시공하는 편이 더 깔끔합니다.
평소에 주 1회 정도 간단한 청소를 해 두는 것도 좋습니다. 욕실 청소용 중성 세제를 희석해 타일과 줄눈을 가볍게 문질러 닦아 주고, 샤워기로 헹군 뒤 물기를 어느 정도 닦아 두면 곰팡이가 자리 잡기 전에 예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치약, 샴푸, 바디워시가 떨어지는 구역은 세제가 그대로 마르면서 얼룩과 곰팡이를 부르기 쉬우니, 이 부분은 조금 더 신경 써서 관리하면 좋습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부분이 욕실 안에 놓인 물건들입니다. 치약 뚜껑 아래, 샴푸병 밑면, 비누 받침 등은 물이 고이기 쉬워 곰팡이가 잘 생깁니다. 가능한 한 바닥에 바로 붙여 두기보다는 선반이나 거치대를 활용해 띄워 두고, 밑면에 물기가 찼는지 가끔 확인해 닦아 주면 좋습니다. 물을 잘 흡수하는 욕실 매트나 타월을 바닥에 깔아 두었다가, 너무 젖기 전에 자주 빨아 주는 것도 습기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곰팡이 상황
욕실 곰팡이는 대부분 집에서 어느 정도 관리가 가능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더 안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곰팡이가 욕실 벽 한쪽을 거의 덮을 정도로 넓게 퍼졌거나, 눈에 보이는 부분만이 아니라 벽 안쪽이나 천장 속까지 번졌을 가능성이 있을 때는 혼자서 락스를 들고 덤비기보다는 전문 업체에 점검을 의뢰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줄눈과 표면 곰팡이를 여러 번 제거했는데도 욕실에서 계속 퀘퀘한 냄새가 나거나, 머리가 아프고 목이 칼칼한 느낌이 자주 든다면, 보이지 않는 곳에 곰팡이가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단순 청소보다는 원인을 정확히 찾고 조치할 필요가 있습니다.
욕실 줄눈 관리라고 하면 단순히 깨끗하게 보이기 위한 일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공기, 습도, 냄새, 위생과도 연결된 부분입니다. 줄눈 위에 얇게 생기는 곰팡이를 일찍 발견해 없애 주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큰 공사를 피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작은 틈을 한 번씩 살펴보고, 물기와 습기를 줄이는 습관을 들여 두면 욕실이 훨씬 쾌적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