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타기 위해 집 앞 골목을 걸어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멍하니 발만 보고 걸었을 텐데, 그날은 한 걸음 한 걸음이 돈으로 보였습니다. 앱에서 오늘 얼마나 걸었는지, 내일 교통비에서 얼마가 빠질지 숫자로 보이니, 버스 한 정거장을 그냥 걸어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 보니, 숨이 덜 차고 다리 근육이 붙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교통비를 아끼려고 시작했는데, 몸도 가벼워지고, 지갑도 가벼워지지 않아서 묘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런 경험을 만들어 준 제도가 바로 알뜰교통카드이고, 이 알뜰교통카드가 2024년부터 순차적으로 K-패스라는 이름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이름은 달라지지만, 기본 생각은 같습니다. “대중교통을 열심히 이용하고, 그 앞뒤로 조금이라도 더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그만큼 교통비를 깎아 주자”라는 생각 말입니다.

알뜰교통카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 걷거나 자전거를 탄 거리만큼 마일리지를 적립해 주고, 그 마일리지를 다음 달 교통비에서 할인해 주는 카드입니다. 특히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자주 타는 분들에게 도움이 큽니다. 다만 2024년부터는 이 제도가 K-패스와 통합·전환되도록 정부에서 방향을 잡았습니다. 따라서 지금 쓰고 있는 분들도, 새로 신청하려는 분들도 알뜰교통카드와 K-패스 두 가지를 함께 이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알뜰교통카드의 기본 원리

알뜰교통카드는 “걷기와 자전거 이용”을 교통비 절감과 연결시키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구조를 차근차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스마트폰 GPS로 측정합니다. 이때 최대 800m까지만 마일리지가 쌓입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정류장까지 900m를 걸었다면, 실제로는 900m를 걸었더라도 마일리지 계산은 800m까지만 인정됩니다.

이동거리와 대중교통 요금을 기준으로 마일리지가 정해지는데, 이 마일리지는 바로 현금처럼 쓰는 것이 아니라 “다음 달 교통비에서 자동으로 깎이는 방식”으로 적용됩니다. 카드사 청구서에서 할인되거나, 페이백 형태로 돌려받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카드사 자체 대중교통 할인까지 더해지면, 교통비를 두 번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누가 얼마나 혜택을 받는지

알뜰교통카드는 단순히 “많이 타면 많이 깎아준다”가 아니라, “소득 수준과 나이, 대중교통 요금”을 모두 고려해서 마일리지를 계산합니다. 여기에는 교통비 부담이 더 큰 사람을 조금 더 도와주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먼저, 마일리지 적립을 받으려면 한 달에 최소 15회 이상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합니다. 그리고 최대 44회까지만 적립이 됩니다. 즉, 아무리 많이 타도 마일리지 적립은 44번까지라는 뜻입니다. 이 기준은 2024년에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요금과 대상에 따라 800m 이동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마일리지가 쌓입니다. 아래 내용은 2024년 기준으로 알려진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첫째, 대중교통 요금이 2,000원 미만인 경우입니다. 이때는

저소득층에게 350원, 청년층에게 250원, 일반 이용자에게 200원이 적립됩니다.

둘째, 요금이 2,000원 이상일 때는

저소득층 500원, 청년층 350원, 일반 250원이 적립됩니다.

셋째, 요금이 3,000원 이상이면

저소득층 650원, 청년층 450원, 일반 350원이 적립됩니다.

이 적립액을 바탕으로 한 달에 44회를 모두 채워서 이용했을 때, 대략 받을 수 있는 최대 마일리지는 다음과 같이 계산됩니다.

저소득층은 최대 약 48,400원, 청년층은 약 33,000원, 일반 이용자는 약 22,000원 정도까지 받을 수 있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실제로는 이용하는 버스·지하철의 요금, 이동거리, 이용 횟수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이용자가 서울에서 기본요금 1,250원짜리 대중교통을 한 달에 44회 이용하고, 매번 800m를 걷거나 자전거를 탄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경우 1회당 250원이 적립되니 250원 × 44회 = 11,000원이 됩니다. 여기에 카드사가 별도로 제공하는 대중교통 할인까지 더해지면 체감 절감액은 더 커지게 됩니다.

알뜰교통카드가 가진 숨은 효과들

알뜰교통카드는 눈에 보이는 교통비 절감 외에도 몇 가지 부가적인 효과를 노리고 설계된 제도입니다.

첫째, “걷기”와 “자전거 타기”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넣어 줍니다. 단순히 건강을 위해 운동하라고 권하는 것보다, 걸으면 돈을 아낄 수 있다고 설명하는 편이 훨씬 설득력 있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통학이나 출퇴근 길에 일부러 한 정거장 일찍 내려서 걸어가는 사람도 생깁니다.

둘째, 환경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자동차를 덜 타고 대중교통을 더 이용하면, 한 사람당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줄어듭니다. 한 사람의 변화는 작아 보이지만, 도시 전체의 수만 명, 수십만 명이 같은 선택을 하면 미세먼지나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셋째, 교통비 부담을 줄여서 이동이 꼭 필요한 사람들의 선택지를 넓혀 줍니다. 특히 학교나 직장을 왕복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교통비는 매달 빠져나가는 고정 지출입니다. 이런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여 주면, 다른 데에 쓸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알뜰교통카드 발급 과정

알뜰교통카드를 이용하려면 우선 카드를 하나 발급받아야 합니다. 신용카드가 익숙한 사람도 있고,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각 카드사에서는 두 형태를 모두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알뜰교통카드를 취급해 온 카드사에는 신한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BC카드 계열 카드사, 그리고 티머니, 캐시비 등 교통카드 회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만 카드사별로 상품 이름이나 혜택 구성은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시기마다 출시·종료되는 상품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신청할 때는 각 카드사 홈페이지나 앱에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발급 방식은 보통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본인이 사용하는 카드사의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에 접속합니다. 그 다음 “알뜰교통카드” 관련 상품을 찾아서, 본인에게 맞는 신용카드 또는 체크카드를 선택합니다. 그 뒤에는 일반 카드 발급 절차와 비슷하게 본인 인증, 심사, 카드 수령 단계가 진행됩니다.

알뜰교통카드 앱 등록과 주소지 확인

실물 카드를 발급받았다고 해서 바로 마일리지가 쌓이는 것은 아닙니다. 알뜰교통카드는 “전용 앱”을 통해 이용자 정보를 관리하고, 걷기 거리를 측정하며, 마일리지를 적립합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에 알뜰교통카드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과 카드 등록을 해야 합니다.

앱을 열면 회원가입 화면이 나오고, 이름, 생년월일, 성별, 주소 등 기본 정보를 입력하게 됩니다. 그 다음, 발급받은 알뜰교통카드의 번호를 앱에 등록합니다. 이 과정에서 실물 카드와 앱이 연결되어, 실제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사용한 기록이 앱과 연동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절차가 주소지 검증입니다. 알뜰교통카드는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예산을 들여 운영하는 사업이라, 참여 지역이 정해져 있고 그 지역 거주자가 우선 대상이 됩니다. 그래서 주민등록등본 제출이나 모바일을 통한 주소 인증 등을 통해 실제 거주지를 확인합니다. 이 과정이 끝난 뒤 약관 동의와 본인 인증을 마치면, 비로소 마일리지 적립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알뜰교통카드를 실제로 사용하는 흐름

알뜰교통카드를 쓰는 하루를 시간 순서대로 따라가 보면 이해가 훨씬 쉽습니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스마트폰에서 알뜰교통카드 앱을 켜고 “출발” 버튼을 누릅니다. 이 순간부터 스마트폰의 GPS가 켜져서 이동 경로와 거리를 기록하기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버스 정류장이나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동합니다.

정류장이나 역에 도착하면 발급받은 알뜰교통카드(또는 그 카드가 등록된 교통카드 기능)를 단말기에 태그해서 버스나 지하철을 탑니다. 갈아타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하차 후, 길을 걸어가 최종 목적지에 도착한 뒤에는 다시 앱을 열어 “도착” 버튼을 눌러야 합니다.

이렇게 출발과 도착이 모두 기록되면, 1~2일 뒤 앱에서 해당 이동에 대한 마일리지 적립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적립된 마일리지는 모여서 다음 달 교통비를 깎는 데 사용됩니다.

이때 몇 가지 지켜야 할 점이 있습니다. 출발과 도착 버튼을 누르지 않으면 거리가 기록되지 않아 마일리지가 쌓이지 않습니다. 또 버스나 지하철을 탈 때 카드 태그를 빼먹어도 이동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출발 버튼은 승차 30분 이내에, 도착 버튼은 하차 30분 이내에 눌러야 유효한 이동으로 인정됩니다. 마지막으로 GPS가 꺼져 있으면 이동 거리가 제대로 측정되지 않기 때문에, 위치 서비스를 항상 켜 두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K-패스로의 전환: 더 간단하고 넓어진 혜택

2024년부터 정부는 기존 알뜰교통카드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K-패스를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알뜰교통카드가 시범적이고 제한적인 느낌이었다면, K-패스는 보다 넓은 지역과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확장판에 가깝습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대중교통을 더 싸게, 더 자주, 더 편하게 이용하게 하자”라는 기본 방향은 그대로 이어집니다.

K-패스에서 가장 크게 달라지는 점 중 하나는 “편의성”입니다. 알뜰교통카드는 매번 앱을 켜서 출발 버튼을 누르고, 도착 버튼도 직접 눌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서둘러 내리다 보면 도착 버튼을 깜빡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K-패스는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기본적으로 교통카드를 태그하는 것만으로 이용 내역을 인식하고 혜택을 계산하는 방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즉, 출발·도착 버튼을 직접 누르지 않아도 카드 사용 기록을 바탕으로 지원 금액이 계산되도록 설계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식과 세부 조건은 지역이나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이용 시에는 안내 문구를 한 번 더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혜택의 크기에서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알뜰교통카드가 “이동 거리당 일정 금액”을 적립해 줬다면, K-패스는 “대중교통 이용 금액의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구조를 기본으로 삼고 있습니다. 알려진 계획에 따르면, 일반 이용자는 약 20% 수준, 청년층은 약 30%, 저소득층은 50%를 넘는 수준까지 지원 비율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비율은 정부 예산과 정책 방향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K-패스의 또 다른 특징은 대상 지역을 더 넓게 가져가려 한다는 점입니다. 알뜰교통카드는 참여 지자체에 따라 이용 여부가 갈렸기 때문에, 어떤 지역에서는 신청조차 할 수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K-패스는 이런 한계를 줄이기 위해, 점차 더 많은 도시와 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기존 알뜰교통카드 이용자는 어떻게 되는지

이미 알뜰교통카드를 쓰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지금 카드를 버리고 새로 만들어야 하나”가 가장 궁금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밝힌 방향은, 가급적 별도의 카드 교체 없이 현재 사용 중인 알뜰교통카드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K-패스 전용 앱이나 웹 페이지에서 “전환 신청”을 하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기존 알뜰교통카드 번호와 계정이 K-패스 시스템과 연결되고, 이후에는 알뜰교통카드 시절의 마일리지 방식 대신 K-패스 방식의 혜택이 적용됩니다. 즉, 카드 모양은 그대로인데, 안에서 동작하는 정책과 계산 방식이 바뀌는 셈입니다.

다만 이 전환 절차는 도입 초기에는 단계적으로 진행되거나, 지역별 일정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실제로 전환을 신청할 때 제공되는 안내문과 정부·지자체 공지를 참고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새로 신청하려는 사람은 무엇을 선택하면 좋을지

앞으로 처음 대중교통 할인 카드를 신청하려는 사람에게는, 알뜰교통카드보다는 K-패스 쪽이 더 유리하고 자연스러운 선택이 됩니다. 알뜰교통카드는 점차 K-패스에 통합되는 흐름이기 때문에, 새로 시작할 때 굳이 예전 방식을 선택할 이유는 많지 않습니다.

새로 신청하는 흐름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K-패스를 지원하는 카드사 또는 교통카드 회사에서 K-패스 기능이 포함된 카드를 발급받습니다. 그 다음 K-패스 전용 앱이나 웹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본인 인증과 카드 등록을 진행합니다. 이후에는 일반 교통카드처럼 버스, 지하철에 태그하면서 이용 횟수와 요금에 따라 할인 혜택이 쌓이게 됩니다.

지금까지 알뜰교통카드는 “걷기 거리를 보상해 주는 제도”였다면, K-패스는 “대중교통 전체 이용을 폭넓게 지원하는 제도”에 조금 더 가깝게 나아가고 있습니다. 교통비 부담이 커지는 시기에 이런 제도들을 잘 활용하면, 같은 거리도 더 가볍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