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차를 샀을 때 가장 헷갈렸던 것이 언제 무엇을 갈아줘야 하는지였습니다. 엔진오일은 어디까지 타도 되는지, 타이어는 겉으로 봐서는 멀쩡해 보이는데 정말 바꿔야 하는지, 정비소에서 이것저것 교체하자는 말을 들으면 이게 꼭 필요한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비 오는 밤에 와이퍼가 제대로 닦이지 않아서 시야가 흐려졌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소모품을 제때 교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는 하나씩 공부하면서 스스로 교체 시기를 정리해 두었고, 덕분에 불안함도 줄고 차를 다루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아래 내용은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차 소모품들을 언제쯤 점검하고 교체하면 좋은지 정리한 것입니다. 실제 차량마다 권장 주기가 조금씩 다르고, 사용하는 환경과 운전 습관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 글은 하나의 기준으로 참고하시고 최종 결정은 꼭 차량 매뉴얼을 기준으로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엔진오일과 오일필터

엔진오일은 자동차에서 피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엔진 안에서 금속끼리 마찰이 일어나면 엄청난 열과 마모가 생기는데, 엔진오일이 이를 줄여주고 내부를 보호해줍니다. 일반적으로는 5,000km에서 10,000km 사이, 또는 6개월 정도마다 한 번씩 교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이것은 대략적인 기준일 뿐이고, 어떤 오일을 쓰는지, 어떤 차인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광유(미네랄 오일)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교체 주기를 짧게 가져가는 것이 보통이고, 합성유는 내구성이 좋아 조금 더 길게 사용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제조사에서 정한 규격과 교체 주기입니다. 그리고 엔진오일을 교체할 때는 오일필터도 함께 바꾸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필터는 오일 안의 불순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데, 오래되면 제 기능을 못 해서 새 오일을 넣어도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에어클리너 필터

에어클리너 필터는 엔진이 숨 쉴 때, 즉 공기를 빨아들일 때 먼지나 이물질이 들어오는 것을 막아줍니다. 대략 10,000km에서 15,000km, 또는 1년에 한 번 정도 점검하고 필요하면 교체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먼지나 미세먼지가 많은 지역을 자주 다닌다면 더 자주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엔진오일 교체할 때 정비소에서 에어클리너도 같이 빼서 상태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으니, 눈으로 보고 바꿀지 말지 결정해도 좋습니다.

에어컨·히터 필터(캔빈 필터)

에어컨 필터는 차 안 공기를 깨끗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외부 공기 속 먼지, 꽃가루, 냄새 등을 걸러주는데, 막혀 있으면 냄새가 나거나 송풍량이 줄어듭니다. 보통 10,000km에서 15,000km, 또는 1년에 한 번 정도 교체를 권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봄철 황사나 미세먼지가 심한 시기를 자주 겪는 지역이라면 조금 더 자주 갈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에어컨을 켤 때 퀴퀴한 냄새가 나거나, 바람 세기가 예전보다 약해진 느낌이 들면 점검 시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타이어와 위치 교환

타이어는 차와 도로가 직접 닿는 부분이라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는 40,000km에서 50,000km 정도 사용하거나, 사용 거리가 적더라도 4~5년이 지나면 교체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고무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딱딱해지고 갈라지기 때문에, 주행거리가 적어도 오래되면 성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타이어가 닳았는지는 트레드(노면과 닿는 부분)의 홈 깊이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타이어마다 마모 한계선을 표시해두는데, 그 선과 거의 비슷해졌다면 교체가 필요합니다. 옆면이 갈라지거나 혹이 튀어나온 경우도 위험 신호입니다. 또, 10,000km마다 앞뒤 타이어 위치를 서로 바꿔 끼우는 것을 권장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타이어 로테이션이라고 합니다. 앞바퀴와 뒷바퀴가 닳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위치를 바꿔주면 전체적으로 골고루 마모되어 수명을 더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 패드와 브레이크 오일

브레이크 패드는 바퀴를 붙잡아 차를 멈추게 하는 중요한 부품입니다. 일반적인 교체 주기는 30,000km에서 60,000km 정도라고 많이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운전 습관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급브레이크를 자주 쓰거나, 시내 주행처럼 자주 멈췄다 가는 운행이 많다면 더 빨리 닳을 수 있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쇳소리 같은 소음이 나거나, 페달을 밟았을 때 제동이 평소보다 약하게 느껴진다면 점검을 받아야 합니다. 계기판에 브레이크 경고등이 뜨는 경우에도 바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브레이크 오일(브레이크 액)은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생한 힘을 바퀴 쪽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액체는 공기 중의 수분을 조금씩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오래되면 끓는점이 낮아져 페달을 밟았는데도 제동력이 떨어지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를 베이퍼 록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그래서 보통 40,000km에서 60,000km, 또는 2~3년에 한 번 정도 교체를 권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점화플러그

점화플러그는 엔진 실린더 안에서 공기와 연료가 섞인 혼합기에 불꽃을 튀겨 폭발을 일으키는 부품입니다. 이 폭발력을 이용해 엔진이 움직입니다. 점화플러그가 노후되면 시동이 잘 안 걸리거나, 가속이 답답하고, 연비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일반 점화플러그는 보통 40,000km에서 60,000km 정도를 기준으로, 백금·이리듐 재질의 고급 점화플러그는 80,000km에서 160,000km까지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차량마다 권장 주기가 정해져 있으니 매뉴얼을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엔진 떨림이 심해지거나 공회전이 불안정해졌다면 점검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냉각수(부동액)

냉각수는 엔진의 열을 식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물처럼 보이지만, 어는점을 낮추고 끓는점을 높인 특수한 액체입니다. 겨울에는 얼지 않게 하고, 여름에는 과열을 막아주며, 동시에 냉각 시스템 안쪽 금속이 녹슬지 않도록 도와줍니다.

일반 냉각수는 보통 40,000km에서 60,000km, 또는 2~3년에 한 번 정도 교체를 권장하는 경우가 많고, 롱라이프 타입은 100,000km 이상 또는 5년 정도까지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엔진룸 안 보조탱크의 눈금이 MIN 아래로 내려가 있으면 보충이 필요합니다. 색깔이 탁하게 변하거나, 녹물이 섞인 것처럼 보인다면 점검과 교체를 고려해야 합니다.

배터리

배터리는 시동을 걸 때 큰 전기를 공급하고,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전조등이나 전자 장비를 사용할 때 전력을 제공합니다. 보통 3년에서 5년 정도를 수명으로 보는 경우가 많지만,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가 심하거나, 자주 방전되는 일을 겪으면 더 빨리 성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시동이 평소보다 더디게 걸리거나, 계기판에 배터리 관련 경고등이 뜨고, 실내등 밝기가 자주 불안정하다면 점검할 때가 된 것입니다. 특히 겨울철에는 배터리 성능이 더 잘 떨어지기 때문에, 3년 이상 사용한 배터리는 계절이 바뀌기 전에 상태를 한 번 확인해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와이퍼 블레이드와 워셔액

비나 눈이 올 때 시야를 확보해주는 와이퍼는 소모품 중에서도 안전과 직결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6개월에서 1년 사이에 한 번씩 상태를 살펴보고, 유리창에 물자국이 많이 남거나 유리가 번지는 듯이 닦인다면 교체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와이퍼 고무가 갈라져 있거나 딱딱해진 경우에도 성능이 떨어집니다.

워셔액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보충해도 됩니다. 특히 겨울에는 얼지 않도록 동결 방지 기능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워셔액이 없으면 비가 온 다음 창문이 더러워졌을 때 시야 확보가 어려워지므로, 가끔 보닛을 열어 양을 확인해두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변속기 오일

변속기 오일은 기어 안에서 움직이는 여러 금속 부품을 보호하고, 변속이 부드럽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줍니다. 자동변속기와 수동변속기마다 권장 주기가 다르고, 최근에는 “무교환” 또는 “평생 오일”이라고 안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운전 환경이나 사용 조건에 따라 오일이 열과 마모로 점점 변질됩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자동변속기는 80,000km에서 100,000km 사이, 수동변속기는 60,000km에서 100,000km 정도에 점검 및 교체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변속 시 충격이 커지거나, 기어가 늦게 들어가고 이상한 소음이 들릴 때는 점검이 필요합니다. 다만 변속기 오일은 제조사마다 정책이 크게 다르므로, 반드시 소유한 차량의 매뉴얼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연료 필터

연료 필터는 연료 안에 섞여 있을 수 있는 이물질이나 불순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 필터가 막히면 연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출력이 떨어지거나 시동이 불안해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40,000km에서 60,000km 사이에 교체를 권장하기도 합니다.

특히 디젤 차량은 연료에 수분이 섞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겨울철에는 연료 속 수분 때문에 시동이 잘 안 걸리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는데, 연료 필터와 수분 분리 기능이 이를 어느 정도 막아줍니다. 그래서 디젤 차량일수록 연료 필터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구동벨트(겉벨트)와 타이밍벨트

구동벨트, 흔히 겉벨트라고 부르는 부품은 발전기, 에어컨 컴프레서, 파워 스티어링 펌프 등 엔진 바깥쪽 여러 장치를 함께 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주행거리로는 보통 40,000km에서 80,000km 정도를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는 눈으로 상태를 보면서 결정하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벨트에서 끼익하는 소리가 나거나, 겉면에 갈라짐이 보이면 교체 시기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타이밍벨트는 엔진 내부에서 캠축과 크랭크축의 회전 타이밍을 맞춰주는 매우 중요한 부품입니다. 고무 재질인 타이밍벨트는 끊어지면 엔진 내부 부품들이 서로 부딪혀 큰 손상을 입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80,000km에서 120,000km, 또는 4~6년 정도가 되면 예방 차원에서 교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만 최근에 나온 많은 차량들은 타이밍벨트 대신 금속 체인 방식(타이밍 체인)을 사용합니다. 체인은 일반적으로 별도의 교체 주기가 정해져 있지 않은 반영구 부품에 가깝지만, 오일 관리가 나쁘면 늘어지거나 소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자신이 타는 차가 벨트 방식인지 체인 방식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파워 스티어링 오일과 디퍼렌셜 오일

파워 스티어링 오일은 예전 유압식 조향 장치에서 핸들을 부드럽게 돌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방식의 차량은 보통 40,000km에서 80,000km, 또는 2~4년 정도에 한 번 상태를 보고 교체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핸들이 평소보다 무겁게 느껴지거나, 회전 시 이상한 소리가 난다면 점검이 필요합니다. 다만 요즘 출시되는 승용차들 중 상당수는 전동식 파워 스티어링을 사용해서 별도의 오일이 필요 없습니다.

디퍼렌셜 오일은 후륜구동이나 사륜구동 차량에서 바퀴에 동력을 전달해주는 차동장치 안에 들어 있는 오일입니다. 전륜구동 차량만 사용하는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체 주기는 60,000km에서 100,000km 정도를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고, 변속기 오일과 비슷한 시기에 점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모품 관리에 도움이 되는 습관들

소모품을 언제 갈아야 하는지를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몇 가지 기본 원칙을 지키는 습관입니다.

  • 차량 매뉴얼을 한 번은 끝까지 읽어두고, 소모품 교체 주기 부분에 표시를 해두면 좋습니다.
  • 급가속, 급제동, 과속, 잦은 공회전 등은 소모품 수명을 빠르게 줄이는 운전 습관입니다.
  • 정기적으로 정비소에서 육안 점검을 받으면, 교체 시기를 놓치는 일을 줄일 수 있습니다.
  • 언제 무엇을 교체했는지 간단히 메모하거나 사진으로 남겨두면, 다음 교체 시기를 계산하기 편합니다.

한 번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관리하려고 하면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자주 손보는 엔진오일과 와이퍼 같은 것부터 차근차근 익히고, 그다음 타이어, 브레이크, 냉각수처럼 중요한 부품으로 범위를 넓혀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동차 관리가 훨씬 자연스럽게 느껴지게 됩니다. 그렇게 소모품을 제때 챙기다 보면, 차를 탈 때 느끼는 불안이 줄어들고, 예기치 못한 고장을 피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