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마일리지 카드를 알게 되었을 때, 카드 한 장으로 비행기 표를 공짜로 탈 수 있다는 말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런데 막상 카드를 찾아보니 이름도 복잡하고, 대한항공이니 아시아나니, 스카이팀이니 스타얼라이언스니 하는 말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예뻐 보이는 카드만 골랐다가, 실제로는 마일리지가 잘 안 쌓이고 연회비만 나가는 경우도 겪어보았습니다. 그 뒤로는 어떤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모을지, 내 소비 습관에 어떤 카드가 맞는지 하나씩 정리해 보면서 훨씬 실용적으로 카드를 쓰게 되었습니다.

마일리지 카드는 여행을 자주 가거나 카드 사용금액이 비교적 큰 사람에게 특히 유리한 금융 도구입니다. 하지만 생활패턴과 맞지 않는 카드를 쓰면, 적립률은 좋아 보여도 실제로 쌓이는 마일리지는 생각보다 적고, 연회비만 부담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카드 자체를 보기 전에, 어떤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모을지부터 차근차근 정하는 편이 좋습니다.

어떤 항공사 마일리지를 모을지부터 정하기

대한민국에서 마일리지를 모을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항공사는 크게 두 곳입니다. 바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입니다. 두 항공사는 각각 다른 국제 항공 동맹에 속해 있어서, 제휴 항공사도 다르고 사용할 수 있는 노선도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대한항공은 스카이팀(SkyTeam) 동맹에 속해 있습니다. 스카이팀에는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 가루다인도네시아, 베트남항공 등 여러 항공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장점은 국내선 노선이 많고, 미국이나 유럽처럼 거리가 긴 노선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중심으로 국제선 취항지가 넓게 퍼져 있어 선택지가 많습니다. 다만 보너스 항공권을 발권할 때 필요한 마일리지 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 같은 구간이라도 다른 항공사보다 더 많은 마일리지가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은 스타얼라이언스(Star Alliance)에 속해 있습니다. 스타얼라이언스에는 유나이티드항공, 루프트한자, 싱가포르항공, 타이항공, 에바항공 등 다양한 항공사가 가입되어 있습니다. 아시아나는 일본이나 동남아 같은 비교적 가까운 노선에서 강점이 있고, 일정 구간에서는 대한항공보다 적은 마일리지로도 보너스 항공권 발권이 가능합니다. 다만 대한항공에 비해 직접 취항하는 국제선 지역이 적은 편이라는 점은 감안해야 합니다.

어떤 항공사를 선택할지는 보통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 주로 이용하는 공항이 어디인지(인천, 김포, 김해 등)
  • 자주 가는 여행 목적지가 어느 지역인지
  • 가족이나 지인이 이미 어느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모으고 있는지

가족 모두가 같은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모으면, 가족 합산 제도를 통해 마일리지를 모아 한 번에 사용하는 데 유리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가족 합산 제도가 있지만, 신청 방법이나 합산 가능한 범위는 항공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항공사 공지사항을 꼭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생활패턴에 따라 마일리지 카드 고르기

어느 항공사의 마일리지를 모을지 정했다면, 이제 자신의 소비 습관에 맞는 카드를 고르는 단계로 넘어가야 합니다. 카드마다 적립률이 좋은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본인이 주로 어디에 돈을 쓰는지부터 떠올려보면 선택이 훨씬 쉬워집니다.

월 지출이 크고 프리미엄 혜택을 중시하는 경우

매달 카드 사용금액이 꽤 크고, 공항 라운지 이용이나 호텔 할인 같은 프리미엄 혜택을 자주 활용할 수 있다면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 마일리지 카드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카드는 일반 카드보다 마일리지 적립률이 높은 편이고, 공항 라운지 무료 이용, 무료 발레파킹, 여행자 보험, 호텔·리조트 할인 같은 부가 혜택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카드는 대략 월 100만 원 이상을 꾸준히 쓰는 사람, 비즈니스 출장이 잦거나 해외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에게 적합합니다. 다만 연회비가 높은 만큼, 실제로 내가 받는 혜택이 연회비를 넘어설 수 있는지 계산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연간 적립되는 마일리지를 대략적인 항공권 가격으로 환산해 보고, 라운지 이용이나 주차 혜택 등을 감안했을 때 연회비를 상쇄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식입니다.

프리미엄 카드를 고를 때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살펴보면 도움이 됩니다.

  • 기본 적립률과 특정 업종 추가 적립률
  • 마일리지 특별 적립 한도(월 최대 적립 마일 수 등)
  • 공항 라운지 이용 가능 횟수와 동반인 사용 가능 여부
  • 국내·해외 공항 발레파킹 또는 주차 할인 여부

마트·온라인 쇼핑 등 생활비 비중이 큰 경우

대형마트, 온라인 쇼핑몰, 편의점, 주유, 통신요금 등 생활비 지출이 대부분이라면, 이런 영역에서 추가 적립을 제공하는 마일리지 카드가 유리합니다. 이런 카드는 자녀가 있는 가정, 자영업자, 고정 지출이 많은 직장인에게 잘 맞는 편입니다.

생활비 특화 카드는 대형마트, 백화점, 온라인 쇼핑몰 등 가맹점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주 이용하는 마트나 쇼핑몰이 특별 적립 대상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카드마다 “특별 적립 가맹점 리스트”가 있는데, 여기에 내가 자주 이용하는 업종이 포함되어 있는지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또한 특별 적립에는 보통 한도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달에 일정 금액까지만 높은 적립률을 주고, 그 이상은 기본 적립률만 적용되는 식입니다. 생활비 지출이 많은데 한도가 너무 낮으면, 실제 체감 혜택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이나 해외직구가 잦은 경우

해외여행을 자주 가거나 해외 온라인 쇼핑을 자주 이용한다면, 해외 사용금액에 높은 마일리지 적립률을 주는 카드를 고려할 만합니다. 일부 카드는 해외 결제 수수료를 일부 할인하거나 면제해 주기도 하지만, 마일리지 카드에서는 수수료 면제가 아주 널리 제공되는 편은 아니라서 카드별 안내를 꼼꼼히 읽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해외 특화 카드를 살펴볼 때는 다음을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해외 결제 금액 1,000원당 적립되는 마일리지 수
  • 해외 결제 수수료(해외가맹점 수수료와 국제브랜드 수수료 등)의 높낮이
  • 공항 라운지, 공항 픽업·샌딩 서비스 등 여행 편의 혜택 포함 여부

해외결제는 환율과 수수료가 함께 적용되므로, 마일리지 적립만 보고 선택하기보다 전체 비용을 같이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적립률은 조금 낮지만 수수료가 저렴해 전체적으로 이득인 카드가 있을 수 있습니다.

외식·카페·문화생활에 지출이 많은 경우

친구들과 자주 만나 외식을 하거나 카페에 자주 가고, 영화나 공연을 자주 본다면, F&B와 여가생활에 강점을 둔 카드를 바라보게 됩니다. 마일리지 카드 중에는 이런 영역만을 크게 강조한 상품이 많지 않지만, 일부 프리미엄 카드나 생활 밀착형 카드에서 외식, 카페, 영화관 할인이나 추가 적립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카드를 선택할 때는 다음 사항을 체크하는 것이 좋습니다.

  • 특정 프랜차이즈만 대상인지, 아니면 대부분의 음식점·카페에서 적용되는지
  • 문화생활 혜택이 할인 위주인지, 마일리지 추가 적립 위주인지
  • 월별 혜택 한도와 적용 횟수

만약 마일리지 카드에서 원하는 만큼의 F&B 혜택을 찾기 어렵다면, 한 장은 마일리지 카드, 다른 한 장은 외식·카페 특화 일반 포인트 카드로 구성해서 사용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일반 포인트를 항공 마일리지로 전환할 수 있는 카드라면, 두 가지 장점을 어느 정도 동시에 누릴 수 있습니다.

연회비 부담을 줄이고 가볍게 시작하고 싶은 경우

마일리지를 처음 모으는 사람이나, 카드 사용금액이 아주 크지 않은 사람은 너무 비싼 프리미엄 카드보다는 연회비가 비교적 저렴한 가성비 카드부터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런 카드는 기본 마일리지 적립률이 괜찮으면서도 연회비가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으로 책정된 경우가 많습니다.

가성비 카드를 볼 때는 다음과 같은 부분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 좋습니다.

  • 1,000원당 기본 적립 마일리지(특별 적립이 아닌 기본 적립 기준)
  • 전월 실적(지난달 사용금액) 조건이 있는지, 없다면 어느 수준까지 무조건 적립되는지
  • 연회비 수준과, 그 연회비에 포함된 서비스(예: 여행자 보험) 여부

일부 카드는 전월 실적이 없어도 최소 적립이 보장되지만, 많은 카드가 전월에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해야 제대로 된 적립률을 적용해 줍니다. 자신의 평균 카드 사용금액보다 전월 실적 기준이 너무 높으면, 실제로는 혜택을 잘 못 누릴 수 있습니다.

마일리지 카드를 더 알차게 쓰는 방법

마일리지 카드를 선택한 뒤에는, 같은 카드를 쓰더라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집니다. 몇 가지 기본적인 활용 방법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메인 카드와 서브 카드를 나눠 쓰기

하나의 카드로 모든 영역을 다 커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메인 카드와 서브 카드를 나누어 사용하는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생활비는 마일리지 적립률이 좋은 메인 카드로 쓰고, 해외 결제나 통신비처럼 특정 분야에 강점이 있는 카드는 서브 카드로 쓰는 식입니다.

다만 카드를 너무 많이 만들면 관리가 어려워지고, 연회비 부담도 커집니다. 보통 2~3장 정도에서 목적을 나누어 사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관리하기 좋은 편입니다.

연회비와 실제 혜택을 비교해 보기

연회비가 높은 카드일수록 혜택이 많아 보이지만, 그 혜택을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공항 라운지 혜택이 있어도 1년에 한 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으면 거의 의미가 없습니다. 반대로, 매년 여러 번 출국하는 사람이라면 라운지 혜택만으로도 연회비를 충분히 뽑아낼 수 있습니다.

연회비를 계산할 때는 다음을 함께 고려하면 좋습니다.

  • 연간 예상 적립 마일리지를 항공권 가격으로 대략 환산한 값
  • 무료 라운지 이용, 여행자 보험, 주차 혜택 등을 돈으로 환산했을 때의 가치
  • 연회비 외에 숨은 수수료(해외 수수료 등)가 있는지 여부

전월 실적 조건 꼼꼼히 확인하기

마일리지 카드 상당수는 전월 실적에 따라 적립률이나 적립 한도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전월에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하면 높은 적립률을 주지만, 그보다 적게 쓰면 적립률이 크게 떨어지는 식입니다. 그래서 카드를 선택할 때는 먼저 자신의 평균 월 카드 사용금액을 떠올려보고, 그 금액으로 전월 실적 기준을 무리 없이 채울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전월 실적을 계산할 때 제외되는 이용 건(예: 세금, 일부 공과금, 무이자 할부 등)이 무엇인지 체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실적을 채운 것 같아도, 제외 항목이 많으면 실제 실적이 모자라 혜택을 놓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신규 가입 웰컴 보너스 적극 활용하기

카드사를 처음 이용하거나 특정 카드 상품을 새로 발급받을 때, 일정 금액 이상을 사용하면 추가 마일리지를 주는 웰컴 보너스가 제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웰컴 보너스는 한 번에 많은 마일리지를 모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카드 발급 후 첫 몇 달 동안 계획적으로 사용하면 꽤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보너스를 받기 위한 최소 사용금액 조건과 기간을 잘 확인해야 합니다. 기간 내에 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보너스를 받지 못하니, 본인의 소비 계획과 맞는지 미리 따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마일리지 유효기간과 소멸 시점 미리 확인하기

마일리지는 영원히 쌓여 있지 않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소멸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마일리지에 유효기간이 있으며, 대체로 10년 이상인 경우가 많지만, 적립 시기와 회원 등급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정보는 항공사 안내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 있으므로, 실제 사용 전에는 반드시 항공사 공지와 본인 마일리지 내역에서 소멸 예정일을 확인해야 합니다.

마일리지를 모을 때는 “언젠가 쓰겠지”라는 생각보다는, 대략 어느 시기에 어떤 노선으로 사용할지 가볍게라도 계획을 세워두는 편이 좋습니다. 소멸 시점이 가까운 마일리지를 먼저 쓰는 방식으로 일정을 잡으면, 쓸 수 있는 마일리지를 허무하게 날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가족 마일리지 합산 제도 활용하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일정한 조건 아래 가족 간 마일리지를 합산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족이 각자 흩어져서 적립하면 쓸 수 있는 양이 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합산하면 생각보다 빨리 항공권 한 장 분량을 채울 수 있습니다.

가족 등록을 위해서는 관계를 증명하는 서류나 신청 절차가 필요하며, 합산 가능한 범위와 방식은 항공사 규정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실제 적용 조건과 필요 서류는 항공사 안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사용 전에는 반드시 최신 규정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일리지 적립 카드의 세부 혜택과 조건은 카드사와 항공사의 정책에 따라 수시로 변경될 수 있습니다. 같은 카드 이름이라도 연회비, 적립률, 제휴 혜택이 바뀔 수 있으니, 최종적으로 카드를 선택하거나 변경하기 전에는 카드사 공식 안내에서 최신 정보를 한 번 더 확인해 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