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끝나갈 무렵,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지인을 도와서 카드 매출 정산표를 함께 본 적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열심히 일했는데 정산서에 찍힌 카드 수수료 금액을 보며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보니, 숫자 하나하나가 얼마나 무거운지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정부에서 해 준다는 우대 수수료율은 도대체 뭐냐”는 질문이 나왔고, 그때부터 관련 내용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막연히 어렵게 느껴지던 단어들도 차근차근 풀어보니 생각보다 구조가 단순했고, 어떤 기준으로 얼마나 깎이는지 알게 되자 불안감도 조금은 줄어들었습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카드 결제는 피하기 어렵고, 그만큼 카드 수수료는 매달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비용이 됩니다. 그래서 영세 가맹점과 중소 가맹점을 위해 정부가 정한 ‘우대 수수료율’ 제도를 제대로 알고 있는지가 꽤 중요합니다. 아래 내용을 통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율이 어떻게 달라지고 실제로 얼마를 부담하게 되는지 한 번에 정리해 보겠습니다.
우대 수수료율이란 무엇인지
우대 수수료율은 쉽게 말해, 영세·중소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정부가 정한 낮은 카드 수수료율을 뜻합니다. 원래 카드 수수료율은 카드사 마음대로 정할 수 있지만, 일정 매출액 이하의 가맹점에 대해서는 법과 제도를 통해 상한선을 낮게 묶어 두는 방식입니다.
이 제도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마련되어, 연 매출액이 일정 기준 이하인 가맹점에게 일반 가맹점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매출액은 국세청에 신고된 부가가치세 자료 등을 기준으로 산정됩니다.
우대 수수료율의 작동 방식
우대 수수료율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 자동 적용 방식입니다. 따로 신청서를 내지 않아도 국세청에서 확보한 부가가치세 신고 자료를 바탕으로 여신금융협회와 카드사가 가맹점의 연 매출액을 파악합니다. 그리고 매년 1월 말에서 2월 초 사이에 해당 가맹점이 어느 구간에 속하는지 자동으로 분류하여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합니다.
둘째, 매년 다시 계산됩니다. 전년도 매출액을 기준으로 1년에 한 번씩 우대 대상 여부와 수수료율이 재산정됩니다. 예를 들어 2023년 매출액이 2억 5천만 원이었다면 2024년에는 영세 가맹점 기준으로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그 다음 해에는 다시 2024년 매출액을 보고 구간을 새로 정하게 됩니다.
셋째, 어떤 VAN사를 쓰든 우대 수수료율 자체는 같습니다. 카드 수수료율은 카드사의 정책과 법에서 정한 상한에 따라 결정됩니다. 단말기나 통신망을 제공하는 VAN사를 어디로 선택하든, 매출액 기준에 따른 카드 수수료율의 우대 폭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다만 VAN 이용료는 카드 수수료와는 별도의 비용이라 업체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우대 수수료율 구간과 상한
2024년 현재, 연 매출액 구간에 따라 적용되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우대 수수료율의 상한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영세 가맹점은 연 매출액 3억 원 이하인 경우를 말하며, 이 구간에서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이 0.8%, 체크카드는 0.5% 수준입니다. 일반적인 카드 수수료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어서, 매출 규모가 크지 않은 가게에는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연 매출액이 3억 원을 넘기면 중소 가맹점 구간으로 넘어가며, 구간이 나뉘면서 수수료율 상한도 조금씩 올라갑니다. 대략적인 구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 영세 가맹점: 연 매출액 3억 원 이하
신용카드 수수료율 상한 0.8%, 체크카드 수수료율 상한 0.5% - 중소 가맹점 1: 연 매출액 3억 원 초과 ~ 5억 원 이하
신용카드 1.3%, 체크카드 1.0% - 중소 가맹점 2: 연 매출액 5억 원 초과 ~ 10억 원 이하
신용카드 1.5%, 체크카드 1.2% - 중소 가맹점 3: 연 매출액 10억 원 초과 ~ 30억 원 이하
신용카드 1.6%, 체크카드 1.3% - 일반 가맹점: 연 매출액 30억 원 초과
신용·체크카드 모두 개별 협상 대상(보통 신용카드 약 1.9~2.3%, 체크카드 약 1.6~2.0% 수준에서 정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 구간별 숫자는 ‘상한’입니다. 즉, 카드사가 이보다 더 높은 수수료율을 받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기준입니다. 실제로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카드사별로 아주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우대 대상 가맹점의 경우에는 대부분 이 상한에 가깝게, 혹은 그 이하 수준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매출액 구간이 전년도를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점입니다. 올해 장사가 잘돼서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해도, 우대 수수료율은 다음 해에 한 번 더 조정되는 구조라는 점을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카드 수수료는 어떻게 계산되는지
카드 수수료 계산식 자체는 매우 단순합니다. 기본적으로 다음과 같은 식을 사용합니다.
카드 수수료 = 카드 결제 금액 × 적용 수수료율
다만,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수수료율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실제 계산할 때는 결제 수단별로 나누어 생각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시로 보는 카드 수수료 계산
연 매출액이 3억 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이라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 가맹점이 한 달 동안 신용카드 매출 1,000만 원, 체크카드 매출 500만 원이 발생했다고 하면, 수수료는 다음과 같이 계산할 수 있습니다.
먼저 신용카드입니다. 매출 10,000,000원에 우대 수수료율 0.8%가 적용되면, 10,000,000원 × 0.008 = 80,000원이 됩니다. 이 금액이 한 달 동안 신용카드 매출에 대해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입니다.
다음은 체크카드입니다. 매출 5,000,000원에 수수료율 0.5%를 적용하면, 5,000,000원 × 0.005 = 25,000원이 됩니다. 이 금액이 한 달 체크카드 수수료입니다.
따라서 이 가맹점이 한 달 동안 부담해야 하는 총 카드 수수료는 80,000원(신용카드) + 25,000원(체크카드) = 105,000원이 됩니다. 그 달 카드로 결제된 총 매출은 1,500만 원이지만, 실제로 가맹점 통장으로 들어오는 금액은 수수료 105,000원을 뺀 나머지 금액입니다. 이처럼 수수료 계산식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장부를 정리하거나 예상 수익을 계산할 때 훨씬 수월해집니다.
카드 수수료 정산 주기 이해하기
가맹점 입장에서 또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은 “언제 돈이 들어오는가” 하는 점입니다. 보통 카드로 결제가 이루어지면, 그 금액이 바로 입금되지는 않고 일정한 주기를 두고 정산됩니다.
일반적으로 국내 카드사의 경우, 카드 매출이 발생한 뒤 약 2~3영업일 후에 가맹점 통장으로 입금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영업일은 평일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계산에서 빠집니다. 따라서 금요일 저녁에 발생한 매출은 다음 주 초에 한꺼번에 입금되는 식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또 일부 카드사는 주말 동안 발생한 매출을 모아서 그 다음 영업일에 한꺼번에 입금하는 방식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사용 중인 카드사별, 계약 조건별로 정산 주기가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가맹점 계약서나 카드사 안내문을 통해 자신의 정산 주기를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VAN 이용료와 카드 수수료의 차이
실제로 정산 내역을 보다 보면 헷갈리기 쉬운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카드사가 가져가는 카드 수수료와, 단말기와 통신망을 제공하는 VAN사가 부과하는 이용료가 섞여 있다는 점입니다.
카드 수수료는 카드사가 결제를 중개하고 결제 대금을 대신 지급하는 대가로 받는 비용입니다. 반면 VAN 이용료는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기계와 통신 서비스 제공에 대한 비용입니다. 둘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지만, 모두 매출에서 빠져나가는 비용이다 보니 한꺼번에 체감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세 사업자의 경우, 정부 정책이나 카드사·VAN사의 자체 정책을 통해 VAN 이용료를 감면하거나 면제해 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단말기 임대료, 통신료, 유지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나가는 비용이 실제로 얼마인지, 감면 대상인지 등을 한 번 점검해 보면 불필요하게 새어나가는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부가가치세와 카드 수수료의 관계
카드 수수료를 보다 보면 “이 비용에도 부가가치세가 붙는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으로 카드사가 받는 카드 수수료는 금융서비스의 대가로 간주되어 부가가치세 면세 대상입니다. 따라서 카드사 수수료 자체에는 부가세가 붙지 않습니다.
다만, VAN사가 청구하는 일부 서비스 비용이나 단말기 판매·임대 등에 대해서는 부가가치세가 붙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실제 정산 내역이나 세금계산서를 볼 때, 어떤 항목에 부가세가 포함되어 있고 어떤 항목은 면세인지 구분해서 보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부가가치세 신고를 할 때도 한결 수월합니다.
내 가게에 적용되는 실제 수수료율 확인 방법
제도가 아무리 잘 만들어져 있어도, 결국 중요한 것은 “내 가게에 실제로 어떤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생각보다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는데도 모르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최소한 한 번 정도는 스스로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확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VAN사에서 제공하는 정산 내역서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입니다. 매출 금액과 함께 수수료율, 수수료 금액이 함께 표시되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통해 내 가게에 실제로 적용된 비율을 계산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카드사 가맹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가맹점 로그인 후 수수료율 메뉴를 조회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카드사별 고객센터에 문의해 현재 적용 중인 수수료율을 확인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여신금융협회에서 운영하는 가맹점 수수료 안내 시스템에서도 본인인증 후 자신의 수수료율과 우대 적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확인 과정을 통해 만약 우대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구간의 상한보다 명백히 높은 수수료율이 적용되고 있다면, 카드사나 VAN사에 문의해 정정 요청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출 변동에 따른 수수료율 변화 이해하기
장사를 하다 보면 매출이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우대 수수료율이 현재 매출이 아니라 전년도 매출을 기준으로 적용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매출이 크게 변한 해에는 다음 해에 수수료율이 바뀔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23년에 매출액이 4억 원으로 집계되었다면, 2024년에는 중소 가맹점 1 구간의 수수료율이 적용됩니다. 만약 그 이전에는 3억 원 이하라서 영세 가맹점 수수료율을 적용받았다면, 다음 해부터는 수수료율이 다소 올라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전에는 매출이 커서 높은 구간에 있었는데, 최근에 매출이 줄어 우대 구간으로 들어오게 되면 다음 연도 재산정 때 낮은 수수료율을 적용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우대 수수료율은 해마다 한 번씩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연말에는 “올해 매출 규모에 따라 내년 수수료율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함께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이면 좋습니다. 앞으로의 비용 구조를 미리 계산해 보고, 필요한 대비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우대 수수료율 제도를 바라보는 시선
실제로 가게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카드 수수료가 적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매출이 많으면 많을수록 수수료 총액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매달 정산서를 볼 때마다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우대 수수료율 제도를 통해 같은 매출이라도 일반 가맹점에 비해 적은 비율을 내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면, 제도가 만들어진 이유와 효과도 어느 정도 체감하게 됩니다.
우대 수수료율이라는 제도는 자영업자의 모든 부담을 없애 주는 해결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일정 매출 규모 이하인 사업자에게 비용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기 위한 장치입니다. 제도가 있다는 사실만 알고 대충 넘기기보다는, 내 가게의 매출 구간이 어디에 속하는지, 어떤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는지, 매년 어떻게 바뀌는지 정도는 스스로 확인해 두면 좋습니다. 이런 작은 점검이 쌓여서 결국에는 가게 운영 전체를 조금 더 안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반이 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