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날 이른 아침, 아직 해가 완전히 뜨기 전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산을 올려다본 적이 있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콧속을 스치고, 멀리서 물 흐르는 소리와 사람들 발자국 소리가 섞여 들리는데, 막상 눈앞에 펼쳐진 산은 생각보다 높고 거대해서 조금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설악산 소공원에 도착해 케이블카가 산 위로 부드럽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저 정도면 나도 저 풍경을 볼 수 있겠다”라는 든든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꼭 정상을 힘들게 오르지 않아도, 편하면서도 충분히 멋진 설악산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날 가장 놀라웠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는 많은 분들이 착각하듯 설악산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대청봉까지 올라가지 않습니다. 케이블카가 도착하는 곳은 권금성 근처이며, 여기서 짧게 걸어 올라가면 주변 봉우리와 울산바위, 날씨가 좋을 때는 동해바다까지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 “설악산 케이블카 정상 코스”라는 말은 실제로는 “권금성 탐방 코스”를 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와 권금성 위치 이해하기

먼저 헷갈리기 쉬운 지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설악산의 정상은 대청봉이라는 봉우리입니다. 하지만 설악산 케이블카는 이 대청봉으로 가지 않습니다. 케이블카는 다음과 같은 구간만 운행합니다.

하단부인 설악산 소공원에서 출발해 약 5분 정도 산을 올라가, 권금성 인근의 상부 승강장에 도착합니다. 이 상부 승강장에서 실제 권금성 봉우리까지는 다시 걸어서 올라가야 합니다. 이 구간이 바로 많은 분들이 말하는 “케이블카 정상 코스”입니다.

정리하자면, 케이블카만 타서는 설악산 정상(대청봉)에 도착하지 않고, 케이블카는 “대청봉이 잘 보이는 전망대 근처까지 데려다 주는 교통수단”이라고 이해하시면 훨씬 정확합니다.

권금성 코스 동선과 전체 흐름

설악산 케이블카를 이용해 권금성을 다녀오는 기본적인 흐름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순서를 머릿속에 그려두면 하루 일정 계획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 설악산 소공원 입구에서 케이블카 하부 승강장으로 이동
  • 현장 매표 후 케이블카 탑승 대기
  • 케이블카를 타고 상부 승강장까지 약 5분 이동
  • 상부 승강장에서 내려 권금성 방향 안내판을 따라 도보 이동
  • 계단과 바위길을 지나 권금성 봉우리까지 올라가기
  • 정상 부근에서 설악산 풍경과 동해바다 조망
  • 사진 촬영과 휴식을 즐긴 후 다시 상부 승강장으로 하산
  • 케이블카를 타고 소공원으로 귀환

이 과정 전체가 케이블카를 이용한 “권금성 탐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걷는 거리는 길지 않지만, 경사가 있는구간이 있어 준비를 약간은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등산 난이도: 너무 어렵지도, 너무 만만하지도 않은 코스

권금성 코스는 “아주 쉬움에서 보통 정도” 사이에 있는 난이도입니다. 전문 산악 장비 없이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지만, 그냥 평지 산책이라고 보기에는 경사진 구간과 바위가 있어 긴장을 놓을 수만은 없습니다.

케이블카 상부 승강장부터 권금성 봉우리까지의 길은 계단과 흙길, 그리고 바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곳곳에 난간과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어 잡고 오를 수 있고, 길도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가벼운 산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큰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점은 꼭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 비나 눈이 온 뒤에는 바위와 계단이 미끄러울 수 있습니다.
  • 겨울철에는 얼음이 생기기도 하므로 미끄럼 방지 아이젠을 준비하면 좋습니다.
  • 사진을 찍느라 뒤로 물러설 때는 발밑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어린이와 어르신도 많이 찾는 코스이지만, 누구든 방심하면 넘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발걸음에 집중하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소요 시간: 어느 정도 여유를 잡는 것이 좋을까

권금성 코스를 다녀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실제 걷고, 타는 시간”과 “기다리는 시간”을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이 편합니다.

실제 이동 시간만 따져보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케이블카 편도 탑승 시간: 약 5분 (왕복 10분 정도)
  • 상부 승강장에서 권금성 봉우리까지 도보: 편도 약 15~30분
  • 봉우리에서 풍경 감상 및 사진 촬영: 약 30분~1시간

이 시간을 모두 합치면 왕복 기준 대략 1시간~2시간 사이에 다녀올 수 있는 코스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케이블카를 기다리는 시간이 크게 차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주말, 공휴일, 단풍철 등 성수기에는 승차권을 사서 타기까지 1시간 이상 기다리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전체 일정을 계획할 때는 “총 1시간 30분~2시간 30분 정도”는 잡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사람마다 걷는 속도와 사진을 찍는 시간, 휴식 시간 등이 다르니, 여유를 두고 움직이는 편이 좋습니다.

권금성에서 만나는 풍경과 볼거리

케이블카를 타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보다도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권금성에 서면 설악산의 여러 명소를 한 번에 바라볼 수 있어, 전망대로서의 가치가 매우 큽니다.

권금성에서는 다음과 같은 풍경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 바위 능선 위에 서 있는 듯한 시원한 조망
  • 멋지게 솟아 있는 울산바위
  • 맑은 날에는 멀리 보이는 대청봉과 설악산의 여러 봉우리들
  • 하늘과 맞닿은 듯 펼쳐진 동해바다의 수평선
  • 가을이면 붉고 노랗게 물든 단풍과 암벽이 어우러지는 풍경

또한 권금성 일대에는 옛 산성 터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성벽이 모두 온전히 남아 있지는 않지만, 바위와 지형을 따라가다 보면 “과거 이곳을 지켰던 사람들이 무엇을 바라보았을까”라는 상상도 해보게 됩니다. 단순히 구경만 하는 곳을 넘어서, 시간의 층이 쌓인 장소라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준비물과 복장: 안전하고 편안한 산행을 위해

권금성 코스는 비교적 짧은 거리지만, 그래도 산은 산입니다. 조금만 준비를 해도 훨씬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다녀올 수 있습니다.

신발 선택

짧은 코스라고 슬리퍼나 구두를 신고 오르는 것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바위와 계단이 있는 만큼, 미끄러지지 않는 밑창을 가진 운동화나 가벼운 트레킹화를 추천합니다. 특히 발목을 잘 잡아주는 신발은 돌 틈에 발을 헛디뎠을 때 부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옷차림

산 위는 아래보다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지에서는 따뜻하다고 느껴져도, 권금성 봉우리에서는 갑자기 몸이 으슬으슬해질 수 있습니다.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고, 필요할 때마다 벗거나 입을 수 있게 준비하는 방식이 좋습니다. 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겉옷을 한 벌 챙겨두면 한층 더 편안합니다.

간단한 준비물

긴 산행이 아니기 때문에 큰 배낭이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다음과 같은 물품은 있으면 좋습니다.

  • 생수나 따뜻한 음료: 짧은 거리여도 숨이 차면 목이 마릅니다.
  • 간단한 간식: 초콜릿, 견과류, 과자 등 가볍게 에너지를 낼 수 있는 것들
  • 햇볕 차단을 위한 모자나 선크림
  • 사진을 찍기 위한 카메라나 휴대전화

쓰레기는 반드시 다시 가지고 내려와야 합니다. 산은 많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각자가 자신의 흔적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날씨와 계절에 따른 차이

날씨와 계절에 따라 권금성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크게 달라집니다. 같은 곳을 가도 전혀 다른 산에 온 것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

맑은 날에는 먼 산과 바다까지 시야가 탁 트여, 사진을 찍기에도 좋고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반대로 안개가 끼거나 비가 올 때는 바로 앞 바위 정도만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날에는 발밑이 미끄럽고 전망도 제한되니, 가능하다면 맑은 날을 골라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계절별로 살펴보면, 봄에는 연둣빛 새잎이 올라오며 산 전체가 부드러운 분위기를 띱니다. 여름에는 짙은 초록색과 구름이 어우러져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가을은 단풍 덕분에 특히 인기가 많아 사람도 가장 많이 몰리지만, 그만큼 풍경이 화려합니다. 겨울에는 눈 덮인 봉우리와 바위가 장엄한 인상을 주지만, 길이 미끄러울 수 있으므로 장비를 더 갖추어야 합니다.

혼잡한 시기와 대기 시간 고려하기

설악산 케이블카는 날씨 좋은 휴일이면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인기 코스입니다. 특히 단풍이 절정인 가을 주말에는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합니다. 이때 가장 많이 놀라는 부분이 바로 “생각보다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줄을 서 있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시간도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보내면 조금은 덜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람 많을 가능성이 높은 날에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케이블카 탑승부터 하산까지 시간을 넉넉하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케이블카와 대청봉 등반의 차이 이해하기

마지막으로, 종종 헷갈리는 부분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고 권금성에 다녀오는 코스와, 설악산 정상인 대청봉을 직접 등반하는 코스는 난이도와 소요 시간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릅니다.

권금성 코스는 케이블카를 이용해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멋진 풍경을 보는 “가벼운 산행”입니다. 반면, 대청봉을 직접 오르는 것은 본격적인 등산으로, 체력과 준비가 필요합니다. 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당일 왕복만으로도 10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가 흔하며, 1박 2일 일정으로 계획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따라서 설악산 방문을 계획할 때, “편하게 풍경을 즐기고 싶다”면 케이블카와 권금성 코스를, “도전적인 산행을 해보고 싶다”면 대청봉 코스를 따로 준비해야 합니다. 두 코스를 같은 수준으로 생각하면 일정이 어긋나거나, 체력적으로 크게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설악산 케이블카와 권금성 코스는 무리하지 않고도 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길입니다. 바쁘게 정상만을 목표로 하기보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고, 바위에 앉아 바람과 풍경을 오래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면, 그 짧은 산행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