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IRP를 만들었던 날, 점심시간을 쪼개 은행 창구에 앉아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연말정산 때마다 세액공제는 챙기고 싶은데, 퇴직연금은 막연하게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막상 상담을 받아보니 준비물만 제대로 챙기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 모바일로도 간단히 개설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때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은행 IRP(개인형 퇴직연금) 계좌를 처음 준비하시는 분도 헷갈리지 않도록 핵심만 정리해 보았습니다.

IRP 계좌 개설 전,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IRP 계좌 개설은 복잡한 절차보다 ‘준비물’이 더 중요하게 느껴질 때가 많습니다. 미리만 챙겨두면 한 번에 끝낼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필요한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 실명확인증표 :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여권 등 유효기간이 남아있는 신분증이 필요합니다.

  • 서명 또는 인감도장 : 요즘은 서명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많지만, 영업점에 따라 도장을 요구하는 곳도 있어 하나 정도는 준비해 가면 편합니다.

  • 기존 기업은행 통장 또는 체크/신용카드 : 이미 기업은행 계좌가 있다면, 거래 확인을 위해 통장이나 카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필수는 아니고, 고객 정보 확인 차원에서 쓰입니다.

  • 소득 관련 서류(필요한 경우) : 일반 근로자나 사업자의 경우, 소득과 신분을 확인하는 서류를 요청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 사업자등록증명원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만, 모든 경우에 필수는 아니고, 가입 시점이나 납입 유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확한 필요 여부는 기업은행에 한 번 문의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IRP는 근로자, 자영업자, 퇴직자 등 소득 형태가 다양하게 섞여 있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 상태를 기준으로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미리 확인해 두면 방문을 두 번 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영업점에서 IRP를 개설하는 방법

처음 IRP를 접한다면, 한 번쯤은 영업점에서 상담을 받고 시작하는 편이 안심이 됩니다. 헷갈리는 세액공제 규정이나 운용 상품 설명을 직접 들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업점 개설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 1. 가까운 기업은행 영업점 방문
    점심시간이나 업무 마감 직전은 대기 시간이 길어질 수 있어, 가능하다면 오전이나 이른 오후 시간이 비교적 여유롭습니다.

  • 2. 번호표 발급 후 상담 요청
    창구 직원에게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하면 전용 상담 창구나 담당 직원을 안내해 줍니다.

  • 3. 가입 자격 및 목적 확인
    현재 직장인인지, 퇴직금 이전을 원하는지, 추가 납입을 통해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것인지 등을 간단히 질문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본인에게 맞는 납입 방식과 세액공제 한도를 함께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 4. 서류 작성 및 신분 확인
    계좌 개설 신청서를 작성하고, 신분증과 서명(또는 도장)으로 본인 확인을 진행합니다.

  • 5. 운용 상품 상담 및 선택
    예금처럼 안전한 상품만 선택할 수도 있고, 펀드·ETF 등 투자 성격이 있는 상품과 섞어서 운용할 수도 있습니다. 이해가 잘 안 되는 상품은 과감히 건너뛰고, 설명을 여러 번 질문해도 괜찮습니다.

  • 6. 계좌 개설 완료 및 안내
    개설이 완료되면 IRP 계좌번호와 함께 납입 방법, 세액공제 관련 기본 설명을 해줍니다. 이때 받은 안내문은 연말정산 때 유용하니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영업점의 가장 큰 장점은 헷갈리는 부분을 그 자리에서 바로 물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처음 IRP를 만들거나, 기존 퇴직금을 옮겨야 하는 경우에는 한 번은 직접 방문해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모바일·인터넷으로 비대면 IRP 개설하기

이미 기업은행 계좌를 쓰고 있고, 스마트뱅킹이나 인터넷뱅킹에 가입되어 있다면, 굳이 영업점까지 가지 않아도 집이나 회사에서 IRP를 만들 수 있습니다. 비대면 개설은 시간 제약이 적어 저녁이나 주말에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비대면 개설은 보통 다음 순서로 진행됩니다.

  • 1. IBK기업은행 스마트뱅킹 앱 또는 인터넷뱅킹 접속
    휴대폰에 앱이 없다면 먼저 설치 후 실행합니다. PC를 선호한다면 인터넷뱅킹 사이트에 접속해도 됩니다.

  • 2. 로그인
    기존에 사용 중인 아이디, 비밀번호, 공동인증서, 간편인증(핀, 지문, 페이스 등)으로 로그인합니다.

  • 3. IRP 또는 연금 메뉴 찾기
    메뉴 이름은 ‘연금’, ‘퇴직연금’, ‘IRP’ 등으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앱·웹 디자인이 바뀌면 위치가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므로, 검색 기능이 있다면 ‘IRP’로 검색해 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 4. IRP 계좌 개설 신청
    IRP 개설 메뉴를 선택한 뒤, 화면 안내에 따라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보통 가입 목적, 추가 납입 여부, 퇴직금 이전 여부 등을 선택하게 됩니다.

  • 5. 비대면 본인인증
    휴대폰 본인인증, 신분증 촬영, 영상통화 인증 등 중 한두 가지 방식으로 본인 확인을 진행합니다. 중간에 화면을 끄거나 앱을 닫으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수도 있으니, 잠시 여유 있는 시간에 진행하는 것이 좋습니다.

  • 6. 정보 입력 및 약관 동의
    필요한 개인정보와 납입 관련 정보를 입력한 뒤, 각종 약관에 동의합니다. 특히 수수료, 중도해지 관련 부분은 한 번쯤 눈여겨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 7. 계좌 개설 완료
    신청이 완료되면 IRP 계좌가 바로 생성되며, 앱이나 인터넷뱅킹에서 계좌번호와 계좌 명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 납입과 운용 상품 변경도 대부분 비대면으로 처리 가능합니다.

비대면 방식은 절차가 익숙해지면 10~20분 내에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중간에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잠시 저장해 두었다가 영업점 방문이나 고객센터 상담을 거친 뒤 마저 진행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IRP 가입 자격과 납입 대상 확인하기

IRP는 아무나 무조건 가입할 수 있는 계좌가 아니라, 기본적인 가입 자격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분들이 가입 대상에 해당합니다.

  • 회사에 다니는 근로자(정규직, 일부 계약직 포함)

  • 개인사업자, 프리랜서 등 일정한 소득이 있는 사람

  • 퇴직금을 받은 뒤 이를 계속 연금 형태로 운용하고 싶은 퇴직자

특이한 고용 형태나 소득 구조를 가진 경우, 세부적인 자격은 제도 변경이나 금융사 내부 규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애매하다면 가입 전 기업은행 영업점이나 고객센터에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가능 여부를 확인해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수수료와 운용보수, 꼭 짚고 넘어갈 부분

IRP는 ‘연금 계좌’라는 이름 때문에 예금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여러 금융상품을 담을 수 있는 그릇에 가깝습니다. 따라서 수수료 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계좌 관리 수수료
    일정 금액 이상의 자산을 맡기거나, 예금 위주의 보수적인 운용을 할 경우 수수료가 할인되거나 면제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은행·상품에 따라 조건이 조금씩 다르므로 반드시 기업은행의 최신 안내를 확인해야 합니다.

  • 운용보수(펀드·ETF 등)
    펀드, ETF와 같이 투자 성격이 있는 상품은 상품 자체에 운용보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수익률만 보지 말고, 운용보수가 너무 높은 상품은 아닌지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수수료는 장기간 누적되면 생각보다 차이가 커질 수 있습니다. IRP는 보통 수십 년을 보고 가입하는 만큼, 초반에 한 번쯤은 꼼꼼히 비교해 보는 편이 나중에 후회가 적습니다.

IRP에서 선택할 수 있는 운용 상품

IRP 계좌 안에는 한 가지 상품만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안전하게, 또는 조금 더 수익을 기대하며 다양하게 섞을 수 있습니다.

  • 예금·적금
    원금 보장이 가장 중요한 분들이 선호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금리가 높지 않은 시기에는 물가 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 채권형·혼합형 펀드
    예금보다는 약간의 변동성이 있지만, 주식형 펀드보다는 안정적입니다. 연금 계좌에서는 이런 중간 단계의 상품을 활용하는 비중도 적지 않습니다.

  • 주식형 펀드·ETF
    장기투자를 전제로 수익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상품입니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은퇴가 가까운 분들은 비중을 너무 높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처음에는 모든 상품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본인의 성향에 맞춰 큰 방향만 정해두고 시작하는 편이 부담이 덜합니다. 예를 들어 “절대 원금 손실은 싫다”, “어느 정도 변동성은 괜찮다” 정도만 명확히 해 두어도 상담할 때 훨씬 수월합니다.

세액공제 혜택, 어떤 식으로 도움이 되는지

많은 분들이 IRP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세액공제 혜택 때문입니다. 해마다 일정 한도 내에서 납입한 금액의 일부를 세금에서 바로 빼주는 방식이라 체감 효과가 꽤 큽니다.

  • 세액공제 구조
    연금저축과 IRP를 합산해 일정 한도까지 납입한 금액에 대해, 소득 수준에 따라 정해진 비율로 세액공제를 받게 됩니다. 세법은 해마다 조금씩 바뀔 수 있으므로, 정확한 한도와 공제율은 최근 기준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연말정산에서의 체감
    매달 납입할 때는 잘 느끼지 못하다가, 연말정산 환급액이 생각보다 크게 나와서 그제야 실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세액공제 한도를 꽉 채우는 것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지만, 여유 자금이 있다면 어느 정도는 활용해 보는 편이 좋습니다.

다만 세액공제를 받는 대신, 나중에 연금으로 받을 때는 일정 세금을 내게 됩니다. 지금 내야 할 세금을 뒤로 미룬다는 개념에 가깝기 때문에, 현재 소득 수준과 은퇴 이후 예상 소득을 함께 고려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중도 인출·해지 시 주의해야 할 점

IRP는 본래 ‘노후 준비용’ 계좌이기 때문에, 중도 인출과 해지가 자유로운 구조는 아닙니다. 꼭 필요한 상황에만 예외적으로 인정되는 항목들이 있고, 이 경우에도 세금 측면에서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 중도 인출 가능하지만 신중해야 함
    일부 부득이한 사유(예: 천재지변, 파산 등)에 해당하는 경우 중도 인출이 허용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때는 세액공제 혜택을 돌려주는 개념으로 추가 세금이 부과될 수 있고, 향후 연금 재원도 줄어들게 됩니다.

  • 중도 해지 시 불이익
    계좌를 완전히 해지하면, 그동안 받았던 세액공제 혜택을 일정 부분 토해내야 할 수 있으며, 기타 세금이 함께 붙을 수 있습니다. 단기 자금이 필요하다면 IRP가 아닌 다른 예·적금, CMA 등을 먼저 고려하는 편이 낫습니다.

실제로 급전이 필요해 IRP를 해지했다가, 나중에 연말정산과 세금 문제로 당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IRP는 웬만해서는 ‘손대지 않을 노후 자금’이라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습니다.

IRP 준비에 도움이 되는 추가 팁

막상 IRP를 시작해 보면, 작은 정보 하나가 꽤 큰 차이를 만들 때가 있습니다. 다음과 같은 점을 함께 기억해 두면 도움이 됩니다.

  • 기업은행 앱·홈페이지에서 상품 정보 미리 보기
    IRP 상품 설명서, 수수료 안내, 자주 묻는 질문 등을 한 번 훑어보고 가면, 영업점 상담 시 이해가 훨씬 빠릅니다. 생소한 용어도 덜 부담스럽게 느껴집니다.

  • 고객센터 활용
    간단한 문의는 기업은행 고객센터(대표 번호)를 통해 먼저 확인해도 좋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상황에서 IRP 가입 자격이 되는지”, “퇴직금을 옮기려면 어떤 서류가 필요한지” 정도는 전화로도 충분히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 영업점 방문 전, 질문을 메모해 두기
    막상 상담을 받다 보면, 궁금했던 내용을 빼먹고 그냥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액공제 한도, 상품 추천 기준, 수수료 등 꼭 알고 싶은 것들을 미리 적어 두면 상담 시간을 훨씬 효율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IRP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가져가는 계좌입니다. 너무 부담을 느끼기보다는, 처음에는 소액으로 시작해 보면서 제도와 상품에 익숙해지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주변에서 IRP를 먼저 시작한 사람들의 경험을 들어보고, 내 상황에 맞게 조금씩 조정해 나가면 어느 순간 노후 준비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