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구글 어스를 접했을 때 화면을 이리저리 돌려 보다가, 어느 순간 마치 비행기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도시 위를 스쳐 지나가고, 산맥을 따라 이동하다가, 바다 위를 훌쩍 건너가는 장면을 보며 “이게 비행기 모드인가?”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실제로는 그런 이름의 기능이 없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사용 방법에 따라 충분히 비행하는 느낌을 만들 수 있다는 것도 함께 깨닫게 되었습니다.

구글 어스에는 공식적으로 “비행기 모드”라는 메뉴나 버튼은 없습니다. 대신 여러 기능을 조합해서, 마치 비행 시뮬레이션처럼 전 세계를 둘러볼 수 있는 방법들이 존재합니다. 여기서는 그 방법들을 차근차근 정리해 보겠습니다.

1. VR로 즐기는 몰입형 비행 경험 (Google Earth VR)

가장 실제 비행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방법은 Google Earth VR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기능은 별도 프로그램으로 제공되며, HTC Vive, Meta(구 Oculus) Rift, 일부 Windows Mixed Reality 기기 등 PC와 연결하는 VR 장비에서 사용할 수 있습니다.

Google Earth VR을 실행하면, 몸 전체가 지구 위에 떠 있는 듯한 감각을 느끼게 됩니다. 고개를 돌리면 시야가 함께 회전하고, 컨트롤러를 움직이면 바라보는 방향이 바뀌면서 원하는 곳으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손으로 지구본을 잡아 이리저리 돌리는 느낌과, 비행기 조종석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시야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습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점이 인상적입니다.

  • 도시 위를 지나갈 때 건물과 도로가 입체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실제 비행 경로를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 산맥이나 협곡 위를 낮게 지나가며 지형의 높낮이를 느낄 수 있어, 단순한 지도 감상이 아니라 “지구 위를 여행한다”는 감각을 줍니다.
  • 바다 위를 고도 높게 이동하다가, 특정 섬이나 해안가에서 속도를 줄이고 내려가 보는 등, 고도와 속도를 자유롭게 조절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만 VR 장비가 필요하고, 컴퓨터 성능도 어느 정도 요구되기 때문에, 환경이 갖춰진 사람에게 적합한 방법입니다. Google Earth VR에 대한 기본 정보와 지원 환경은 구글 어스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earth.google.com

2. 웹/데스크톱 구글 어스로 비행 느낌 내기

VR 장비가 없어도 구글 어스 웹 버전이나 데스크톱 버전을 활용하면 충분히 비행하는 느낌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화면을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핵심입니다.

먼저, 기본적인 조작 방법부터 정리해 보겠습니다.

  • 이동: 마우스로 화면을 드래그하거나, 키보드의 방향키를 사용하면 지구 위를 부드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동 속도를 조절하면서 직선으로 쭉 날아가는 경로를 만들면 비행 느낌이 더 강해집니다.
  • 시점 기울이기: 마우스 오른쪽 버튼을 누른 채로 드래그하면, 화면을 기울이거나 회전시킬 수 있습니다. 정면을 바라보는 각도로 맞추면, 비행기 앞 유리창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듯한 시야를 만들 수 있습니다.
  • 확대/축소: 마우스 휠을 굴리거나, 터치패드 확대/축소 제스처를 사용하면 고도가 달라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멀리서 천천히 내려가며 도시를 향해 ‘접근’해 보시면 좋습니다.

일부 도시에는 3D 건물 데이터가 아주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이런 곳에서는 건물 사이를 스치듯 이동하면서 골목과 도로를 관통하는 경로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실제 비행기가 그 정도로 낮게 날지는 않겠지만, 가상 세계에서는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재미입니다.

이와 함께, 구글 어스의 ‘프로젝트’ 기능이나 ‘저장된 장소’를 활용하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비행 경로를 기록해 두고 반복해서 감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세계 여러 도시의 야경이 잘 보이는 각도를 미리 저장해 두었다가, 한 번에 이어서 “야간 비행” 코스로 돌아다니는 식의 활용이 가능합니다.

3. 스트리트 뷰와 결합해서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상상

스트리트 뷰는 보통 길 위에서 보는 사진이라 비행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만, 약간 다른 방식으로 활용하면 상공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줍니다.

먼저 위성 지도나 3D 지형을 통해 도시 전체를 조망한 뒤, 궁금한 장소가 있으면 그 위치에 스트리트 뷰를 내려보는 식입니다. 실제 비행기의 창가에서 멀리 건물을 보고 있다가, 어느 건물이 궁금해져서 착륙 후 그곳을 찾아가 내부를 구경하는 흐름과 비슷하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위에서 전체를 본다 → 지상에서 세부를 본다”라는 두 단계 탐색이 이어지기 때문에, 단순히 하늘에서만 구경하는 것보다 여행하는 감각이 훨씬 풍부해집니다.

4. 직접 비행 경로 만들기: 상상 속 항공 노선 설계

구글 어스를 사용할 때 특정 도시들만 점처럼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들을 잇는 경로를 하나의 여행 코스로 설계해 보는 것도 좋습니다. 스스로 가상의 항공 노선을 만든다고 생각하면 더 흥미로워집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순서를 만들어 볼 수 있습니다.

  • 파리 에펠탑 상공을 통과
  • 센 강을 따라 흐르듯 비행하면서, 노트르담 대성당 방향으로 이동
  • 런던으로 이동해 템스 강과 타워 브리지를 위에서 감상
  • 그 후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스코틀랜드의 산악 지형을 따라 비행

이렇게 여러 도시와 자연 지형을 하나의 연속된 경로로 연결해 두면, 마치 항공사가 새 노선을 개발하는 것처럼 상상하며 즐길 수 있습니다. 데스크톱용 구글 어스 프로에서는 “경로” 도구를 사용하여 실제로 선을 그려 저장할 수도 있어, 나중에 같은 경로로 다시 ‘비행’할 수 있습니다.

5. 위성 사진과 항공 사진으로 보는 조감도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느낌의 기본은 결국 ‘높은 곳에서 넓은 범위를 한눈에 보는 것’입니다. 구글 어스의 기본 위성 사진과 항공 사진은 이미 그 조건을 충분히 만족시키고 있습니다.

고도를 높여 지구 전체가 보이게 한 뒤, 서서히 확대해 특정 대륙, 나라, 도시를 향해 내려가는 과정을 천천히 따라가 보면 됩니다. 이때 화면을 급하게 움직이기보다는 속도를 줄이고, 지형의 변화와 도시의 밀집 정도를 관찰해 보시면 더 많은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산과 평야, 사막과 숲, 해안선 모양이 하나로 이어진 장면을 찬찬히 살펴보면, 실제 비행 중 창밖을 오래 바라보는 느낌과 비슷한 감각을 얻을 수 있습니다.

6. 실제 비행기 모드와의 차이점과 주의할 점

과거 데스크톱용 구글 어스(구버전)에는 메뉴를 통해 숨겨진 비행 시뮬레이터 기능을 실행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인터페이스와 기능 구성이 많이 바뀌었고, 공식적으로는 “비행기 모드”라고 부를 만한 별도 시뮬레이터 기능이 적극적으로 소개되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VR과 카메라 조작 기능을 활용해 “비행하는 기분”을 만드는 쪽에 중심이 맞춰져 있습니다.

또한 VR을 사용할 경우에는 멀미감(VR 멀미)이 생길 수 있어, 시야 이동 속도를 너무 빠르게 하지 않고, 중간중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웹이나 데스크톱에서 사용할 때도, 화면을 급격하게 회전시키거나 고도를 빠르게 바꾸면 어지러움을 느낄 수 있으니, 안정적인 속도로 이동하면서 지형을 감상하는 습관을 들이면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구글 어스에는 이름만 놓고 보면 “비행기 모드”가 없지만, 제공되는 여러 기능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실제 비행과 비슷한 감각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스스로 비행 경로를 설계하고, 시야를 조절하고, 도시와 자연을 넘나들며 탐험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이자 여행이 됩니다.